폭행사건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태’가 성범죄, 경찰 유착 의혹 등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주요 피의자들이 14일 경찰에 줄소환됐다. 경찰은 이들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받은 대검찰청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배당해 본격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14일 성접대 혐의(성매매알선처벌법 위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14일 성접대 혐의(성매매알선처벌법 위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승리 정준영 “구속영장 검토”

경찰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여성의 신체를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정준영 씨(30)를 이날 소환 조사했다. ‘경찰총장(경찰청장의 오타)’과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알려진 유모 유리홀딩스 대표도 경찰에 출석했다. 정씨는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씨 혐의를 최초로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는 이날 한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정씨 외에도) 불법 성관계 영상을 찍고 유포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방 변호사는 “(몰카 촬영, 유포한 사람이) 연예인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그 안에서 벌어진 문제는 정씨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정씨 외에 그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자기가 성관계하는 장면을 찍어 올렸다. (그 방은) 자랑 수준이 아니다. 습관처럼 보였다”고 덧붙였다.

정씨에 이어 출석한 승리는 “어떤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진실된 답변으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대화방에서 언급된 경찰총장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피해 여성에게 약물을 썼는지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들의 신병처리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동영상 범죄 등의 심각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씨 등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마약류 정밀 감정을 하기로 했다.

경찰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국민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13일에도 정씨가 2016년 전 여자친구의 몰카를 찍어 고소당했을 당시 경찰이 나서 무마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이날 국회에게 나온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일부 경찰이 범죄집단과 밀착해 범죄를 은폐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 폭행까지 했다”며 “국민을 보호해야 할 민중의 지팡이가 국민을 폭행하는 몽둥이가 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도 “(경찰) 본인들이 수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수사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버닝썬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직접 맡기로 했다. 검찰의 강한 수사 의지가 담긴 것이란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 씨가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으로 출석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 씨가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으로 출석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피해자들에 2차 가해 우려

버닝썬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한 해외 유명 포르노 사이트에는 ‘burningsun club’ ‘korean burning’ ‘정준영’ 등의 단어가 1~3위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각종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돈을 보내면 ‘정준영 동영상’을 보내주겠다는 낚시성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13일 ‘정준영’을 검색해 들어간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한 20대 남성은 “돈을 보내주면 동영상을 준다고 해서 믿었는데 사기였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4일 “정보통신망을 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를 재전송하면 최초 유포자가 아니라 단순 유포자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아란/고윤상/정의진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