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하나카드 한 발 물러서…업계 치명적
현대차는 10일 신한 삼성 롯데 등 3개 카드회사와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계약이 해지된 이날은 현대차 지점과 대리점이 휴무여서 영업이 시작되는 11일 오전 8시부터 적용된다. 기아차도 11일부터 이들 3개 카드사와의 가맹 계약을 해지한다.
현대차는 협상을 벌이고 있는 비씨카드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14일부터 가맹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다. 가맹 계약 해지 대상이던 KB국민·하나카드는 현대차와 합의해 계약을 유지하게 됐다. 이들은 애초 통보한 인상폭의 절반가량을 인상한 1.89% 수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현대카드 농협카드 등과도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했다. 이 일을 계기로 다른 대형 가맹점에서도 ‘결제 거부’가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11일부터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를 카드로 살 때 결제 가능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소비자에게 가장 유용한 카드를 골라 자유롭게 결제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소비자와 카드회사, 대형 가맹점 모두 당분간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이 같은 사태는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 등 5개 카드사는 기존 1.8% 초중반 수준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가맹 수수료율을 0.14%포인트가량 올려 1.9% 중후반대로 한다는 방침을 지난달 통보했다. 지난 1일부터 이 같은 인상안을 적용했지만 현대·기아차 측이 반발하면서 관련 협상을 해왔다. 추후 협상이 타결돼 계약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결제 불통’은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매출 약 32조원(2017년 기준) 중 카드 사용 비중은 약 70%다. 보유한 카드로는 결제가 안 돼 다른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당분간 카드 신규 발급이나 결제방식 변경이 필요한 고객에겐 출고 후 일정 기간 내 차량 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결제 불편이 다른 가맹점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인상을 통보한 대형 가맹점 2만3000여 곳 중 상당수가 아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카드사가 한발 물러선 것은 카드업계엔 치명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처럼 강하게 나가면 인상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업계엔 현대·기아차와 수수료 조정에 합의한 카드사와 합의하지 못한 카드사 간 갈등 구조도 생겨났다. 당장 점유율 때문에 대의를 저버렸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형 가맹점 관계자는 “정부가 소상공인을 돕겠다며 강행한 카드 수수료 정책이 소비자와 카드사, 대형 가맹점 모두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지은/도병욱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