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결핵백신 주권' 서둘러 확보해야
매년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결핵균은 130여 년 전 독일 로버트 코흐 박사가 발견했으며 인류는 지금까지도 결핵균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결핵은 현존하는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일 4500명이 결핵으로 목숨을 잃는다. 한국은 10만 명당 70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5명이 숨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잠복 결핵을 보이며, 건강 상태에 따라 언제든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할 위험을 안고 있다. 결핵은 공기를 매개로 감염되는데 국내 결핵 환자는 20~30대 젊은 층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인다. 그만큼 전파 위험성이 크다.

정부 주도의 결핵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기 결핵관리 종합계획(2018~2022)’을 추진 중이며. 2022년까지 발병률을 10만 명당 40명 수준으로 낮추는 걸 목표로 검진, 환자 관리, 진단 및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치료제 및 백신의 개발이다. 미국에서 에이즈(AIDS) 환자가 결핵균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결핵균 출현으로 사망자가 증가하자 미 정부는 올해에만 2000억원 정도를 결핵 퇴치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GSK 등 글로벌 제약회사와 빌게이츠 재단이 참여해 백신 개발 등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영유아에게 BCG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품귀 현상이 되풀이된다. 백신 전량을 수입하는 구조 때문이다. 국내에선 녹십자가 유일하게 BCG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우리나라는 백신 부족으로 국가 위기사태를 경험했다. 이후 ‘백신주권’은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백신 자급률은 27%에 불과하다. 폐렴구균 백신 또는 주사형 결핵 백신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외국 제약사의 특허를 피하면서 새로운 결핵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선 기초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항원을 이용하든, 유전자를 조작하든, 면역 효과를 증강하든 새로운 형태의 제품 개발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핵 백신 개발은 발병률, 사망률 1위의 불명예를 씻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요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