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정을 앞당겨 2일 오전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에 중국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날지 주목된다.

김정은은 2일 하노이 바딘광장 주변에 있는 전쟁영웅·열사 기념비와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 묘에 헌화한 뒤 귀국한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1일 전했다. 김정은은 승용차로 중국과의 접경인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역으로 이동한 뒤 전용열차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원래 계획은 1일 오후 주석궁 앞에서 열리는 환영식에 참석한 뒤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하고 저녁엔 베트남 정부가 마련한 만찬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오후 일정이 여유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귀국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김정은은 당초 2일 오전에 잡혀 있던 베트남 권력 서열 2, 3위 응우옌쑤언푹 총리, 응우옌티낌응언 의회 의장과의 면담을 1일 오후로 급히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공식 친선 방문이지만 북한 최고지도자로선 55년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국빈 방문과 같은 예우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도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예정에 없던 반박 기자회견을 하는 등 북한 대표단 내에 격앙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귀국 일정이 당겨졌다.

2일 베트남을 떠난 이후 김정은의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광저우 등 중국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도시를 둘러볼지, 베이징에 들러 시 주석을 만날지, 아니면 평양으로 곧장 돌아갈지 확실하지 않다.

김정은이 전용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거쳐 평양으로 갈 경우 베이징에는 4일 도착하게 된다. 이때는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는 기간이다. 양회 기간에 중국 최고지도자가 외부 인사를 만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난닝이나 광저우까지 열차로 이동한 뒤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타고 바로 베이징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은 향후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해야 하고, 중국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어 김정은이나 시 주석 모두 만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