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저녁 베트남 하노이에서 마주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 이후 260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무한한 경제 잠재력이 있다. 그 부분을 미국이 돕겠다”고 했다. 김정은은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미·북 정상은 이날 오후 6시28분(한국시간 오후 8시28분)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서 1박2일 ‘핵담판’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공식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20분의 단독면담과 친교만찬이 2시간가량 이어졌다. 두 정상은 이날 서로 ‘듣기 좋은’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핵화 약속에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No)”고 말했다. 또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켜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또 “내일(28일) 많은 얘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및 동북아시아 신질서에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 미·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조건부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이 영변 등 주요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을 수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만찬이 2차 핵담판의 결과물이 될 ‘하노이 선언’의 내용을 좌우할 풍향계이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과에 대해 성공을 장담했지만 미 언론에선 북한의 ‘판정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원한 ‘영변+α’는 고사하고, 영변 핵시설 해체도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미 NBC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위해 너무 많이 양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영변 핵시설 폐쇄 시간표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친교만찬에서 미국 측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북한 측에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이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나오지 않았다.

하노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