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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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연구원 원장은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되는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마련될 것으로 관측되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비핵화 단계를 세분화하기보다는 중간목표를 향해 고속으로 나아가는 급행열차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2019년 통일정책, 과제와 전망’에서 강연을 통해 “목표 이행 속도는 신뢰의 수준과 기술적 비핵화의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한·미 협력이 중요하다”며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균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종전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해 “남북한 간에는 군사 부분 합의가 이행되는 등 사실상 이미 종전선언이 작동하고 있다”며 “종전선언은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정전협정을 대체하지 않으며, 정전협정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평화 협정이 체결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종전선언은 양국 관계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양국의 외교 관계가 진전되는 것을 의미하고 북한 비핵화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평화협정은 남북과 미국, 중국 4자간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에서 보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제법이나 국제 규범상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핵 시설과 물질, 무기와 지식을 해소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달리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한과 미국,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에 별 차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은 합의문에 ‘목적지’를 표시한 것이었다면, 이번 2차 회담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목적지에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합의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성패는 회담 이후 양국이 대화 동력을 얼마나 살려내느냐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협상을 평가할 때, 협상의 성패는 합의문만 가지고 평가하지 않는다”며 “합의문을 작성한 이후로도 실무회담, 정상회담 등 협상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전체 협상 과정에서 얼마만큼 (비핵화) 동력을 살려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한 농·어업, 관광 등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언급됐다. 김 원장은 “남북 군사 긴장이 완화되면서 어업한계선이 북상해 여의도 면적의 84배에 이르는 어장 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또 비무장지대의 경우 평화 관광과 지역별 특성을 활용한 접경협력의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개성공단 등 경제 협력을 통한 ‘평화 일자리’ 창출도 기대했다. 그는 “개성공단에 125개 기업이 있는데, 이 기업들의 협력업체가 38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1·2차 협력 업체를 모두 더해 계산해보면 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만약 이런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해외로 간다고 하면 이 모든 일자리 창출 효과는 해외로 가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한 국내 정치권을 향해서는 비핵화 상응조치 이행 시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초당적인 조치를 해야지만 (정책)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합의가 달라질 수 있다면 북한이 불안감을 가질 것이고 비핵화의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