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봉합국면 유도해 '관리들에 협상타결 압박' 진단
"강제 이행장치 없인 '말 잔치'"…정상 담판 때 돌파구 관측도
"무역전쟁 종전 아닌 전쟁터 전환"…전문가들 확대해석 경계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휴전을 넘어 특정 수준의 합의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이들은 양국이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심하며 합의로 인해 해묵은 통상갈등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에 참여하는 관리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미국 내 강경파들은 중국이 핵심적 구조문제 개선 의지가 있는지 우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걱정을 거의 달랠 수 없더라도 합의를 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다음 달 1일까지인 무역전쟁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며 추가 협상 진전을 가정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담판을 위한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중 강경파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포함한 관리들 사이에서는 그간 추진해온 중국 산업·통상정책의 구조적 개혁 압박이 느슨해질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라사드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구조개혁 약속을 믿지 않고 중국도 산업·경제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주요 문제에 대한 양국 견해차가 아직 크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맥락에서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기술, 산업정책, 전반적인 '굴기' 때문에 미·중 분쟁이 어떤 합의가 있더라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업체의 애널리스트인 루이스 쿠이스는 "(무역전쟁 봉합국면이) 긍정적 신호이기는 하지만, 양국의 통상갈등은 둘째치고 협상조차 마무리되지 않을 게 확실하다"고 비판했다.

쿠이스는 "미국이 요구하지만 중국이 싫어하는 검증과 이행강제에 대한 문구를 합의하는 게 그 가운데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공화당계 정책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도 합의 이행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면 협상 진전을 논할 가치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데릭 시저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의 작년 12월 정상회담 뒤 협상 라운드마다 중대 진전이 있었다는 소리가 나왔지만 항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도 함께 나왔다"고 지적했다.

시저스는 "미국과 중국의 협상은 미국이 신뢰할 이행강제 장치를 보유하지 않는 한 공허할 수밖에 없다"며 "그게 없이는 오바마, 부시 전임 행정부 때 실패한 협상을 트위터로 되풀이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은행들이 설립한 연구기관인 국제금융협회(IIF)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쟁이 아닌 합의를 원할 것이라며 갈등 해소보다는 미봉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IIF 애널리스트 진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추가 관세를 보류하고 일부 양보를 얻어내는 게 나쁜 전략은 아니다"며 "중국은 수입을 늘리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마는 중국이 미·중 분쟁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제조업 육성전략 '중국제조 2025'를 다소 희석할지도 모르지만, 국유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산업정책을 유의미하게 축소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상하이의 궈타이주난 증권도 협상 타결을 내다봤으나 양국의 분쟁이 종식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애널리스트 화창군은 "관세전쟁이 유예되고 '포스트 무역전쟁 시대'가 올 것"이라며 "양국은 첨단기술을 증강하고 글로벌 경제규칙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면서 기업들을 위해 싸우는 쪽으로 전쟁터를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고위급 협상에서 기대할 수 없던 돌파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통상관리들의 고문인 허드슨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마이클 필스버리는 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중국이 아닌 미국에 불러 협상 우위를 누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필스버리는 양국의 과거 협상을 볼 때 중국은 미국 대통령과의 마지막 회담을 위해 가장 의미 있는 양보를 아껴두는 경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회담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오는 3월 개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결정이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지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선임연구원인 윌리엄 라인치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협상단 대표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알게 모르게 약화시켜왔다"며 "그는 자신의 협상 대표자 역할을 하면서 결정도 자기가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전쟁 종전 아닌 전쟁터 전환"…전문가들 확대해석 경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