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두뇌가 아니라 사소한 습관이 창의력 비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숨진 뒤 병리학자인 토마스 하비 박사는 그의 천재성의 비밀을 풀기 위해 뇌를 해부했다. 뇌 무게는 예상과 달리 평범한 사람보다 145g 정도 가벼웠다. 하비 박사는 뇌를 240조각으로 자른 뒤 온갖 방법을 동원해 관찰했다.

그러나 일반인과 다른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다른 학자들은 일상의 습관에서 비밀을 찾아내고자 했다. 가령 아인슈타인이 평생 산책을 즐긴 것에 주목했다. 걷는 습관은 신경세포의 상호작용을 강화해 뇌가 여러 정보를 유의미한 맥락으로 통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걸을 때 발바닥에서 감지되는 느낌을 근육의 긴장, 주변 풍경, 소음, 냄새, 과거의 기억 등과 연결시킨다. 그가 양말을 신지 않았던 이유는 자유롭고 싶은 욕망을 실천해 창의성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됐다. 남자에게 양말은 외적으로 숨기는 아이템으로 지루함, 습관, 관습과 동격이다. 아인슈타인은 관습적이고 순응하는 삶을 탈피함으로써 더욱 창조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왜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는 두뇌가 아니라 몸의 사소한 습관에서 창의력과 사고력의 비밀을 찾아낸 책이다. 뇌가 고도로 복잡한 기관이자 네트워킹의 명수임을 밝혀낸 신경생물학과 인지심리학의 다양한 연구를 소개한다. 사고할 때 신체는 가만히 있고 두뇌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움직임과 감정들이 우리의 사고를 결정짓는다.

저자는 이런 결론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실험 결과들을 제시한다. 배가 고플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흰색 가운을 입으면 주의집중력이 향상된다. 교실에서 맨 앞줄에 앉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습능력이 올라간다. 결국 몸은 창의력과 사고뿐 아니라 감정과 기분까지 좌우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크리스티안 안코비치 지음, 이기숙 옮김, 문학동네, 381쪽, 1만55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