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경제 폭풍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가 꼽은 4대 먹구름은 무역전쟁과 금융 긴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과 중국의 경기 둔화다. 같은 행사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2008년)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도 “이르면 올해 말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연초부터 쏟아지는 어두운 전망에 《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는 쐐기를 박는다. 책을 쓴 미래학자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은 “잠복해 있던 한국 경제 위기의 징후는 2018년부터 표면화됐다”며 “한국의 금융위기는 2019년 말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책은 한국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적 요인을 면밀히 살핀다. 방대한 데이터로 주장을 뒷받침하고 시나리오별 상황을 그래프로 그려 이해를 돕는다.

그가 ‘앞으로 5년’을 제목으로 앞세운 것은 금융위기를 거쳐 ‘잃어버린 20년’으로 가는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는 이미 “알면서도 피하기 어려운 ‘예견된 미래’”가 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위기를 막기 위해 대비할 시간은 지나갔다”며 “이제 예견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책마을] 새로운 금융위기 곧 온다…이젠 대응법 고민할 때
그는 한국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본다. 주력 사업은 중국의 추격에 쫓기고 미래 산업은 선진국의 진입장벽에 가로막혔다. 기업들은 성장 정체 상태에 빠졌고 개인의 실질 소득이나 생활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내부에선 저출산 고령화의 늪에 빠졌고 외부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흔들린다. 게다가 재선 운동에 들어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다음으로 조준하는 상대는 한국과 일본이다.

‘예견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가올 금융위기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의 수출 감소가 출발점이다. 새로운 고객 발굴의 통로를 찾지 못하자 은행에서 돈을 더 빌린다. 생산성이 하락하면서 은행 신용(부채)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저자는 “2008년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부채 비중은 1990년대 후반보다 높다”며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미국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달러화 부채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에 금융위기가 닥친 뒤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의 부채와 부동산 거품이라는 뇌관까지 터지면 ‘V자’나 ‘W자’형 반등이 아니라 ‘L자’형으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코스피지수 1000선 붕괴, 1500원 이상까지 원·달러 환율 급등을 지나 우울한 전망은 2040~2050년 다시 한번 금융위기가 발발할 것이라는 데까지 이른다.

그럼에도 현재는 ‘위기에 대한 대응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독자라면 마지막 20쪽 분량의 ‘부동산 이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부동산은 단기적으로는 유동성이나 투기심리에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와 정치의 총체적 열량과 연동’해서 움직인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정상화 국면으로 진입 중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어디에 투자하고 얼마에 사서 언제까지 보유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고민에 저자는 짧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는다. 단기적으로는 앞서 400쪽 넘게 분석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역발상 투자’를, 장기적으로는 국내 부동산이 아니라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단 기업이 아니라 ‘국가’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전 세계 국가 중 앞으로 30년간 여전히 건재하며 성장 여력도 큰 국가는 어디인지, 언제 어떻게 사야 하는지도 서술해 놓았다.

책을 다 읽어야 첫머리를 이해할 수 있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미래는 부정적으로 보면 안 된다. 긍정적으로 봐서도 안 된다. 미래는 ‘객관적’으로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신 그것이 위기이든 기회이든, 다가올 미래를 대하는 태도는 긍정적이어야 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