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초나 걸렸을까. 갤럭시S10플러스 화면 아래쪽에 손가락을 갖다 대자 곧바로 화면 잠금이 풀렸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초음파 방식을 이용해 디스플레이에 내장한 지문 인식 기술이다. 화면 안쪽에 자리잡은 센서가 초음파를 위로 쏜 뒤 사람의 지문을 물리적으로 인식해 화면을 풀어주는 방식이다.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 갤럭시S10 시리즈 발표 행사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그레이엄시빅오디토리엄. 이곳에서 제품을 30분가량 써봤다.
갤럭시S10e·갤럭시S10플러스·갤럭시S10 5G
갤럭시S10e·갤럭시S10플러스·갤럭시S10 5G
“카메라만 빼고 화면 다 채웠다”

갤럭시S10플러스를 집어드니 우선 확 트인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갤럭시S10 시리즈는 기본 모델인 6.1인치 화면의 갤럭시S10, 화면 크기를 키운 6.4인치 갤럭시S10플러스, 실속형 모델인 5.8인치 갤럭시S10e 등으로 나뉜다.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6.7인치 갤럭시S10 5G 모델도 다음달 말께 나온다.

이들 제품은 모두 화면 오른쪽 상단에 카메라 구멍만 작게 뚫어놓은 이른바 ‘홀 디스플레이’(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앞면을 꽉 채운 디스플레이로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영화 감상, 게임 등에 최적화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색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한 ‘다이내믹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눈부심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갤S10 화면 속에 지문인식 센서…터치하자 잠금 바로 풀렸다
트리플(3중) 카메라로 차별화

갤럭시S10플러스와 갤럭시S10은 뒷면에 트리플(3중) 카메라를 장착했다. 1200만 화소 망원(화각 45도), 1200만 화소 광각(화각 77도), 1600만 화소 초광각(화각 123도) 카메라다. 카메라 기능을 켜면 화면 오른쪽 가운데 부분에 이들 카메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생긴다. 위부터 아래로 망원, 광각, 초광각 버튼이다.

일반 촬영 모드에서 초광각 버튼을 누르자 화면 구도가 확 커졌다. 화각이 넓다 보니 스마트폰을 잡은 손가락까지 보일 정도였다. 넓은 풍경과 높은 건물 등을 촬영할 때 유용한 기능으로 보였다.

카메라 구도를 알아서 잡아주는 ‘샷 서제스천(제안)’ 기능도 처음 선보였다. 카메라를 켜면 정중앙에 구도를 잡아주는 동그라미 모양이 나타난다. 그대로 3~5초 정도를 기다리면 다른 부분에 또 다른 원이 생기면서 카메라를 그쪽으로 옮길 것을 주문한다. 화면이 다소 기울어져 있으면 가운데 점선 모양의 긴 선이 나타나면서 정확히 카메라를 맞출 수 있도록 도와줬다.

비디오 촬영 시 손 떨림을 방지하는 ‘슈퍼 스테디’ 기능도 새롭게 적용됐다. 이 기능을 쓰면 화면 해상도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마치 스마트폰용 짐벌(손 떨림 방지 기구)을 이용하는 것처럼 화면을 고정해줬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풍경 등을 찍을 때 유용해 보였다.

가벼워진 무게 인상적

갤럭시S10 시리즈는 기존 제품에 비해 무게도 대폭 가벼워졌다. 갤럭시S10은 157g, 갤럭시S10플러스는 175g이다. 화면이 가장 작은 갤럭시S10e는 150g까지 줄었다. 갤럭시S10플러스와 화면 크기가 같은 갤럭시노트9이 201g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6g 줄어든 셈이다.

‘무선 배터리 공유’라는 새로운 기능도 담겼다. 별도의 충전 케이블이 없어도 무선 충전(Qi 규격)이 가능한 스마트폰(무선 이어폰 포함) 등을 갤럭시S10플러스 뒷면에 갖다 대면 충전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함께 공개한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를 제품 뒷면에 올려 놓자 곧바로 충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갤럭시S10플러스는 색상도 다양화했다. 기본 모델은 프리즘 블랙, 프리즘 화이트, 프리즘 그린, 프리즘 블루 등으로 출시된다. 여기에 메모리 용량을 1테라바이트(TB)로 늘린 모델은 고급스러운 느낌의 세라믹 블랙, 세라믹 화이트 등으로도 선보인다.

제품을 써보면서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기존 갤럭시S 시리즈에 있었던 홍채 인식 기능이 빠진 것. 그동안 화면을 풀 때 홍채 인식 기능을 애용했던 사용자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아이폰XR 대응한 ‘갤럭시S10e’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에서 갤럭시S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실속형 제품인 갤럭시S10e도 선보였다. e는 ‘essential(필수적)’의 약자로, 꼭 필요한 기능을 압축해 담았다는 뜻이다.

갤럭시S10e 역시 화면 베젤을 최소화한 홀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상위 모델인 갤럭시S10과 갤럭시S10플러스는 화면 양쪽이 휘어진 ‘에지(곡면)’ 디자인인 데 비해 갤럭시S10e는 평평한 ‘플랫’ 디자인을 적용했다. 일부 소비자가 플랫 화면의 갤럭시S 시리즈를 요구해온 것을 반영한 것이다.

5G 모델은 별도 출시

5G 이동통신 모델인 갤럭시S10 5G는 다음달 말께 선보일 예정이다. 5G 모델은 6.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갤럭시노트9(6.4인치)보다도 화면 크기가 커졌다. 뒷면 4개 카메라와 앞면 2개 카메라를 탑재할 계획이다. 배터리 용량이 4500㎃h에 이르고, 메모리 용량은 256GB부터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시리즈를 25일부터 사전 판매한다. 정식 출시는 다음달 8일께다. 가격은 갤럭시S10 128GB 모델이 105만원, 512GB 모델은 129만원 수준이다. 경쟁 제품인 애플의 아이폰XS 512GB 제품(185만원)과 비교하면 약 30% 싸다. 갤럭시S10플러스 128GB는 115만~139만원 수준에서 책정할 계획이다. 실속형 제품인 갤럭시S10e 128GB 제품은 90만원 안팎으로 같은 메모리 용량의 갤럭시S10보다 15만원가량 저렴하다. 갤럭시S10 5G는 15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갤럭시S10 시리즈는 출시 후 1년 안에 4000만 대 이상 판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샌프란시스코=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