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개편에서 ‘정보경찰 개혁’에 대한 논의가 실종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지난 14일 합의한 ‘자치경찰제’ 도입안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주재한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에서도 ‘정보경찰 개혁’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현 정부 출범 때만 하더라도 민간인 사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보경찰 폐지론’이 대세였다. 그러나 국가정보원 기능 축소와 청와대의 인사검증 수요가 커지면서 개혁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靑 인사검증 폭증에…'정보경찰 개혁'은 뒷전
청와대 필요에 ‘개혁’ 뒷전으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14일 “경찰의 근거 없는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청와대의 정보 활용은 중단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무분별한 정보수집은 인권침해, 민간인 사찰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변호사)은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자료도 못 받고 답답해서 당장의 필요 때문에 정보경찰에 의지하게 됐다”며 “개혁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참여연대가 인용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실 자료(경찰청 정보2과 업무보고)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1년간 경찰은 4300여 건에 이르는 인사검증 대상자 보고와 공공기관장·감사 등에 대한 복무점검을 285건 이행했다. 2018년 상반기 장·차관 75명에 대한 복무점검도 이뤄졌다.

양 센터장은 “정부 수요처(청와대)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 후보 당시 “정보경찰이 잘못된 사찰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보경찰 출신 한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 우려가 큰 상황인데, 청와대의 무분별한 인사검증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에 정보를 갖다주지 않으면 우리도 인사평가가 나빠지는데, 어쩌라는 것인가”라고 하소연했다.

정보·수사 분리 안된 나라 한국과 중국뿐

경찰개혁위원회는 당초 ‘정보경찰 폐지’를 추진했으나 경찰 반발에 밀려 ‘정보경찰 재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경찰은 경찰청 정보국을 중심으로 지방청·경찰서 정보과로 편제된 정보경찰들이 공공기관을 비롯한 정치 경제 노동 학원 종교 시민사회 등 분야에서 정보활동을 벌여왔다. 전체 경찰 인력 12만 명 가운데 3300여 명(2018년 기준)이 정보과 소속이다. “정보로 수사해 없는 사건도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해(표 참조)가 심각했다.

‘탐문→정보수집→수사→기소’ 등으로 이어지는 수사 단계에서 정보와 수사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수사와 기소 분리)도 불완전해진다는 분석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경찰 축소나 폐지가 검·경수사권 조정의 전제가 돼야 한다”며 “현 상태로라면 경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국 가운데 수사와 정보권을 한 기관이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미국(CIA), 영국(MI-6), 독일(BND) 등은 별도의 정보기구를 두고 있다. 임 교수는 “정보경찰의 정책정보 수집은 국무조정실, 각 부처로 이관하고 인사정보 수집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이나 인사혁신처, 각 부처 감찰부나 감사원 등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이현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