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한국인은 2870만 명이었다. 올해는 3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출국자가 늘면서 각종 해외 감염병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감염병에 걸린 뒤 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는 672명으로, 2017년보다 27% 정도 늘었다. 출장이나 여행을 위해 찾은 해외에서 감염병 증상이 나타나면 제때 대처하기 어려운 데다 주변 사람에게 질환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여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해 알아봤다.
해외 여행 한달 前…유럽은 홍역, 동남아는 장티푸스 예방접종해야
만성질환자 복용약 넉넉히 챙겨야

여행을 떠나기 전이라면 최소 1개월 전부터 여행지에 유행하는 감염병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방접종을 한 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소 앓고 있는 질환이 여행지에서 악화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행지에서 피로도가 높아지고 환경이 바뀌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만성질환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염준섭 세브란스병원 여행자클리닉 감염내과 교수는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중 위험군 등은 주의해야 한다”며 “여행 전 병원을 찾아 상담한 뒤 약을 충분히 챙기고 비상상황에 대비해 영문 처방전을 챙겨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병원마다 설치된 여행자클리닉을 찾으면 여행지에서 유행하는 질환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염 교수는 “출국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더라도 우선 병원을 찾아 예방접종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좋다”며 “여러 위험 요소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뎅기열·말라리아 예방 위해 모기 조심

지난해 해외 출국자가 가장 많이 걸린 질환은 뎅기열이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을 다녀온 뒤 증상을 호소한 사람이 많았다. 뎅기열은 백신이나 예방약이 없다.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갑작스러운 고열이 3~5일 정도 지속된다. 심한 두통과 근육통, 관절통, 식욕부진 등을 호소한다. 열이 내려가면서 온몸에 피부 발진이 1~5일 정도 지속된다. 얼굴과 목, 가슴 부분에 좁쌀 모양의 발진이 생기다가 몸통, 팔다리 등으로 퍼진다. 코피나 잇몸 출혈 등이 생기거나 혈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 가볍게 앓고 1주일 정도 지나면 낫지만 심한 환자는 쇼크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가슴과 배에 물이 차고 장 출혈도 생기는데 이렇게 진행된 환자의 40~50% 정도가 사망한다.

뎅기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방법도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더운 나라에 가더라도 가급적 긴팔 셔츠와 긴바지, 모자를 착용하고 디에칠톨루아미드(DEET) 성분의 곤충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뿌리는 형태의 스프레이 타입 살충제를 옷이나 모기장에 사용하는 것도 좋다. 스프레이 형태의 살충제를 가져가기 힘들면 로션 타입의 살충제를 사용해 대비해야 한다. 로션 타입 살충제는 3~4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좋다.

동남아는 A형 간염·말라리아 주의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이 유행하는 지역을 찾는다면 미리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국가는 지역마다 A형 간염, 장티푸스, 콜레라,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황열 등의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말라리아는 나이지리아 가나 우간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을 여행한 뒤 감염되는 환자가 많다. 동남아,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 중남미 등 더운 지방으로 갈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들 국가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국내에서 감염되는 삼일열 말라리아와 다른 종류다. 치료를 늦게 하면 뇌 손상 등 후유증이 생기고 사망할 위험도 크다. 고열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시작해 호흡곤란 혼수 발작으로 이어진다.

예방 백신은 없지만 말라론, 라리암 등의 치료제가 예방약으로 쓰인다. 몸 상태에 따라 여행 전 복용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한다. 말라론은 여행 출발 1~2일 전부터 복용해 돌아온 뒤 7일이 지날 때까지 복용해야 한다. 라리암은 복용 후 3개월 정도 임신을 피하는 것이 좋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을 여행한 뒤 감염된 환자가 많은 A형 간염은 35세 미만 여행자라면 특히 신경써야 한다. 35세 이상 성인은 보호항체를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두 번 해야 한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에서 주로 유행하는 황열은 한 번만 예방접종을 하면 된다. 황열도 모기에 물려 생긴다. 고열 두통 황달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맥박이 느리게 뛰는 서맥이 생기는 환자도 있다. 백신을 맞은 지 10일 정도 지나야 효과가 생긴다. 미리 접종해야 한다. 유럽에 간다면 홍역을 주의해야 한다. 여행 2주 전 한 번 정도는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여행 1년 뒤 증상 호소하기도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이나 물로도 감염병에 걸릴 수 있다. 지난해 세균성 이질에 감염된 뒤 입국한 환자가 많았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등에서 많이 걸린다. 10~100개 정도의 적은 세균으로도 감염된다. 환자 3분의 1 정도는 물과 같은 설사를 한다.

마시는 물뿐 아니라 양치질을 할 때 쓰는 물도 신경써야 한다. 수돗물 대신 생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물은 사 먹어야 한다. 식품 위생이 지저분한 곳에서는 반드시 익힌 음식을 먹어야 한다. 껍질이 두꺼운 해산물은 종종 익혀도 세균이 죽지 않는다. 섭취할 때 주의해야 한다.

해외 여행 한달 前…유럽은 홍역, 동남아는 장티푸스 예방접종해야
중동 지역에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유의해야 한다.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고 의심 환자를 멀리해야 한다. 고열, 설사, 구토 등 감염병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여행 마지막 날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해도 한동안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국내에 귀국한 뒤 증상이 생겼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반드시 여행 이력을 알려야 한다.

염 교수는 “감염병 상당수는 귀국 후 석 달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말라리아 등 일부 감염병은 6~12개월 정도 잠복기가 지난 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염준섭 세브란스병원 여행자클리닉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