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성숙돼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윤창호 씨를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에게 법원이 13일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밝힌 이유다. 하지만 음주운전의 죄를 묻고 따져야 하는 판사와 검사들은 정작 자신들이 음주운전에 연루됐을 때 사회적 합의에 못 미치는 처분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윤창호법’을 계기로 판검사들부터 엄중한 책임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주 뺑소니 판사도 감봉

판·검사도 '내로남불'…음주운전 솜방망이 징계
최근 5년간 법관의 음주운전 적발 및 징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음주사고 뒤 뺑소니를 치더라도 감봉 정도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058%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탑승자 5명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법원은 사고를 내고 도주까지 한 이 판사에게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음주 뺑소니는 피해자가 상해에 이르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판사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4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또 다른 부장판사는 서면경고를 받는 데 그쳤다.

윤창호 사건 이후에도 법원의 경징계는 이어졌다.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술에 취한 상태로 15㎞가량 운전을 하다 적발됐는데 법원은 1개월간 보수의 3분의 1을 깎는 감봉 처분을 내렸다.

두 번 적발된 검사는 정직 1개월

검찰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4년 이후 법무부가 음주운전 검사에게 내린 최고 징계는 2017년 당시 수도권 지검의 김모 검사에게 내린 ‘정직 1개월’이었다. 이마저도 김 검사가 두 번째로 음주운전을 했다며 가중처벌을 받은 결과였다.

김 검사는 최근 서울로 전근을 와서도 음주 뺑소니 사고를 냈고 경찰의 음주 측정까지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음주운전 삼진아웃’에 걸린 김 검사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초범일 경우 검사에 대해 예외없이 낮은 수위의 처벌을 내렸다. 최근 5년 동안 총 9건의 검사 음주운전 적발사건이 있었다. 징계가 내려진 경우는 7건으로, 이 가운데 6건이 견책 또는 감봉이었다. 경찰은 최초 음주운전 적발 시 정직, 2회면 강등 및 해임 처리하는 기준을 갖고 있다.

법원에서는 같은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일반 법원 공무원보다 판사가 관대한 처분을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똑같이 음주운전으로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올해 부장판사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법원 주사보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법원 주사보는 지금보다 음주운전 징계가 느슨했던 2015년에 처벌을 받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판검사들이 솔선수범해야 국민의 경각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