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각 사 인사팀장을 사회공헌 조직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대표 기업에 걸맞게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하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뜻에 따라 인사권을 가진 ‘실세’에게 사회공헌 업무를 맡긴 것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사회공헌사무국을 사회공헌단으로 격상하고 박용기 인사팀장(부사장)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새로 출범한 삼성전자 사회공헌단은 해외 사회공헌 관련 인력까지 흡수하면서 조직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도 사회공헌단을 새로 꾸리고, 이철웅 인사팀장(전무)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삼성생명은 사회공헌단을 파트장급 조직에서 팀장급 조직으로 끌어올린 뒤 김용관 인사팀장(전무)에게 단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다른 계열사도 일제히 인사팀장 산하에 사회공헌 조직을 신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공헌 활동에 제대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라며 “퇴임을 앞둔 임원을 수장으로 앉히던 과거와는 180도 다른 파격 인사”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각 계열사는 사실상 사회공헌 관련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된 삼성경제연구소와 협의해 ‘신(新)사회공헌’ 사업을 시행할 방침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각 계열사를 아우르는 삼성 사회공헌 정신을 재정립한 뒤 각 계열사에 걸맞은 사회공헌 사업을 컨설팅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특정 계열사에서 성과를 낸 사회공헌 사업을 다른 계열사로 전파하는 일도 맡는다.

업계에선 이번 조직 개편을 계기로 삼성이 벌이는 사회공헌 활동의 질과 양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지단체에 OOO억원을 후원했다’는 등의 ‘보여주기’식 사회공헌은 최소화하고, 삼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회공헌 사업을 발굴해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까지 ‘청년 소프트웨어 전사’ 1만 명을 키우는 내용의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나 2022년까지 2500개 중소기업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해주는 ‘스마트 팩토리 4.0’ 사업처럼 삼성의 노하우를 우리 사회 곳곳에 전수해주는 방식의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할 것이란 얘기다.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에 경영 노하우 전수 △청년실업 해소 및 일자리 창출 △전자 금융 등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지원 등이 삼성의 주력 사회공헌 사업 분야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오상헌/좌동욱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