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장 책상에 일회용 종이컵 대신 유리컵이 놓여져 있다. 한경DB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장 책상에 일회용 종이컵 대신 유리컵이 놓여져 있다. 한경DB
지난해 말부터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선 각 부처마다 일회용 종이컵 찾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각 부서 사무실 한켠에 설치된 정수기 옆에서도 일회용 종이컵을 찾기 어렵죠. 이렇다보니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주변 동료들에게 일회용 종이컵을 구하는 공무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집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아예 가져오는 공무원들도 있다고 하네요.

이유가 뭘까요. 환경부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공부문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청사 등 사무실 내에서 일회용 종이컵 등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고, 회의나 행사 때도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입니다. 지난해부터 환경보호를 위해 커피숍 등 민간 부문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규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겠다는 취지죠.

각 정부 부처에선 일회용 종이컵 등 일회용품 구매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공무원들은 일회용 종이컵 대신 개인 통컵(텀블러) 등을 사용해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요새는 장·차관 주재 회의에서도 일회용 종이컵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선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시중은행장이 참석한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가 열렸는데요. 이날 회의장 책상에서도 생수병과 함께 일회용 종이컵 대신 유리잔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지난해 환경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부 부처들이 장·차관 주재 회의 때마다 일회용 종이컵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죠. 이 때문에 각 부처는 각종 회의 때도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하루 아침에 일회용품에 대한 사용을 줄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정부서울청사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도 불편을 느낄 때가 적지 않죠. 하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도 조금의 불편은 참는 게 당연한 도리가 아닐까 싶네요. 불편을 감수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공무원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강경민 금융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