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읽기|김서형 · 윤세아 · 최원영 · 조재윤… 배우들이 분석한 'SKY 캐슬' 대박 비결
"잘 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이쯤되면 'SKY캐슬' 신드롬이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전혀 호들갑스럽지 않은 대성공. 지난해 말부터 올해 방송가 가장 큰 이슈는 비지상파 JTBC에서 방영된 'SKY캐슬'이었다.

지난 1일 막을 내렸지만 한동안 이 작품은 쭉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회 방송에선 전국 시청률 23.8%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첫 회 1.7% 시청률, 기대치 없이 시작한 이 드라마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18회 방송에서 tvN ‘도깨비’(2016~2017)가 보유한 비지상파 최고기록 20.5%를 깬 뒤 아시안컵, 명절이라는 장애물을 넘어 전무후무한 시청률을 보유한 '갓띵작(명작)'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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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이례적인 인기 비결은 '공감대'에 있었다. 극중 일어난 이야기들은 모티브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주변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부작용 등 적나라한 입시 전쟁을 풍자하며 웃음과 서스펜스, 메시지를 버무렸다.

특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울대 의대'를 보내주는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분) 캐릭터는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고액 사교육 시장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정부도 움직였다. 고액 사교육 시장을 근절하기 위해 교육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이 '학원 등 합동점검 범부처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오는 11월까지 10번의 합동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의 향연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출연 배우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이어지면서 거의 모든 출연진의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했다. 김주영 역의 김서형, 노승혜 역의 윤세아, 우양우 역의 조재윤, 황치영 역의 최원영을 만나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왜 열광하는지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김서형은 수 많은 패러디 사진들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처음엔 너무 어려워서 도망가고 싶었다. 울면서 촬영하다 딜레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 해냈다. 이 모든 것은 저만 잘해서 잘 된 것은 아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서형은 "대본, 연출, 배우 삼박자가 잘 맞았던 것 같다"면서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감수하시겠습니까' 등의 현대적이지 않은 대사들을 재밌게 받아들이신 것 같다"고 밝혔다.

한서진 역의 염정아와 맞붙는 신에서는 '그만 보자', '힘들어 죽겠다' 싶을 정도로 열띤 연기 대결을 펼쳤다고. 김서형은 손끝, 눈썹, 입꼬리 하나까지 세밀하게 연기하면서 '악역 장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초반엔 로봇 연기를 했다. 모퉁이를 지날 때에도 몸을 각 잡고 튼다던가, 가방도 흔들리지 않게 힘을 딱 주고 걸었어요. 손도 많이 안 썼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준비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믿음을 주는 조현철 감독 때문이었다. 김서형은 "왜 제가 그렇게 연기했는지 단번에 간파하더라. 아무리 힘들어도 현장에만 가면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았다. 내가 카메라를 이렇게까지 좋아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킹덤' 윤세아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킹덤' 윤세아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별빛 승혜', '빛승혜'라는 사랑스러운 별명을 얻게 된 윤세아는 "일단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카메라 앞에서는 날 세운 연기를 하다가도, 카메라가 꺼지면 서로 엉겨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 현장이 매번 기다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양한 인물 군상이 가장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양심에 찔리는 부분도 있지 않나? 심정적으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모든 캐릭터가 이해가 되고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로 공감이 된 다는 것. 인생에 큰 선물같은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모니터링을 하면 숨도 안 쉬고 몰입하게 된다. 네 가족들의 상황에 몰입하다보면 마음도 함께 옮겨다닌다. 한서진부터 김주영까지 모든 캐릭터가 다 이해되더라. 하지만 '최애' 캐릭터는 단연 '별빛승혜'다. 이런 관심은 너무 오랜만이고 한때라는 것도 알고 있어 제가 먼저 아는 척도 하면서 즐기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SKY캐슬' 조재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SKY캐슬' 조재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오나라를 '찐찐'이라고 불리게 한 우양우 역의 조재윤은 "염정아가 아니었다면 'SKY캐슬'은 다른 길로 가지 않았을까 싶다. 공이 정말 컸다"면서 "'이러다 포상휴가 가는거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현실이 될 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재윤은 'SKY 캐슬'이 자녀 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양우가 찐찐이에게 '너무 그렇게 공부 시키지 말라'고 하지 않나. 선택은 스스로 하는 거다. 사교육이 근절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주 아빠'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 최원영은 "먼저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황치영 역할도 유일하게 정상적이어서 '이걸 왜 나에게 줬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초반엔 이정도 흥행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단지 대중의 관심 밖의 작품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시청률 20%를 넘길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1회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결과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와, 이 사람들이 이렇게 만드나'라고 생각하며 무릎을 탁! 쳤다. '김정난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고 말한다. 정난 선배가 기가 막힌 연기를 해줘서 모든 배우들이 달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최원영은 "캐슬 사람들의 민낯과 욕망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저렇게 하면 안되지'라고 이성적으로 지적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런 삶에 대한 욕망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내면을 소리 없이 찌르는 느낌이다"라고 작품에 대해 말했다.

'SKY 캐슬'을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세 번은 보라고 최원영은 추천한다.

"처음 보면 화려한 플레이에 시선을 뺏기게 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번 보면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인다. 무릎 꿇은 한서진, 강준상에게 왜 우주가 그렇게 화를 냈는지, 수임은 왜 그렇게 오지랖을 떨 수 밖에 없었는지와 같은 부분 말이다."

그러면서 "엄마들이 전면에 나서는 이야기다. 축구로 따지면 엄마들이 공격수다. 한서진, 김주영은 스트라이커고 황치영과 같은 아빠들은 수비수다. 대단한 골잡이가 있다고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완벽하게 했을 때 좋은 경기가 나온다. 다들 치열하게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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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역으로 연기 도전장을 냈던 SF9 멤버 겸 배우 찬희는 "묘한 긴장감이 팽팽해서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꼈고 작가님의 메시지가 분명해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 것 같다"고 거들었다.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은 드라마 인기비결에 대해 "교육 문제에 관해서는 부모 자녀 모두 고충을 갖고 있지만 밖으로 꺼내 나누기 힘들다"며 "그런 부분을 드라마가 건드려서 많이들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중년 배우들뿐만 아니라 아역들의 명연기도 'SKY 캐슬'의 커다란 인기 요인이었다. 그는 "캐스팅 디렉터 없이 제작진이 오디션에 전부 참여해 의견서를 적어 내는 과정을 거치며 1명씩 정해갔다"고 밝혔다.

이어 조 감독은 "인물의 겉모습과 속내를 담으려고 애썼다"면서 "뻔한 답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와 'SKY 캐슬' 이야기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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