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사진)이 연초부터 '자사주 쇼핑'을 재개하고 나서 관심이 쏠린다. '미원'으로 대표되던 조미료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주가가 6년 만에 최저점까지 내려오자 오히려 저평가라는 판단에 재매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 명예회장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장내에서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주식을 4만9000주 매입했다. 매수금액은 4억원가량으로, 이번 주식 매수를 통해 임 명예회장의 지분은 3.68%에서 3.82%로 늘었다.

임 명예회장이 5년 만에 다시 지주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시점은 지난해 연말부터다. 2013년 이후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던 임 명예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총 열 여섯 차례에 걸쳐서 지분을 0.36% 늘렸다.

2015년 5월 2만9000원대까지 치솟았던 대상홀딩스의 주가는 현재 8000원대로 3년6개월 만에 70% 이상 떨어졌다. 대상홀딩스의 자회사인 식품기업 대상의 실적이 지지부진하면서 성장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대상은 최근 '미원'으로 대표되는 분말 조미료 시장 규모가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1100억원가량이었던 분말 조미료 시장은 지난해 800억원대까지 내려와 약 27% 줄었다. 대상의 영업이익도 2016년 1110억원에서 2017년 967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대상홀딩스의 주가가 조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주가부양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상은 중장기 가정간편식 수요 증가의 수혜를 입을 가공식품 업체 중 가장 매력적인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며 "올해 견조한 예상 실적에 비하면 현재 주가가 PER(주가수익비율) 9배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대상은 같은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업체에 비해 현재 가치가 부각되는 시점"이라며 "식품, 소재 등 전 영역에서 지난해 보여준 매분기 실적 개선이 올해도 나타날 전망"이라고 봤다.

대상그룹 측은 임 명예회장의 자사주 매입 이유에 대해 현재 대상홀딩스가 저평가돼 있으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상 관계자는 "최근 거래량이 감소 추세에 있어 오너로서 보탬이 되기 위해 매입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