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24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도 재연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일자리 감소의 원인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적 측면보다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제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포럼에 참석한 다수의 경제학자는 “정부의 노동·고용정책 탓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고용·노동정책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전체 추세로 보면 인구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취업자 증가폭도 점점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며 “고용률로 보면 지난해 66.6%로 전년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도소매·음식숙박업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는 지적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2012년께 대거 자영업에 뛰어든 이후 작년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년 고용지표는 최근 10년 사이 제일 좋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업자 증가폭이 늘면서 동시에 취업자 증가폭이 감소하는 패턴으로 봐선 생산가능인구 감소로만 해석할 수 없다”며 “정책 충격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활동인구만 감안한 청년실업률이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오지만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등을 포함한 고용보조지표3(체감실업률)을 보면 지표 작성 이후 최악”이라고 평했다. 성 교수는 “작년 취업자 수를 끌어올린 것은 11, 12월 지표인데 그것도 보건사회서비스, 공공행정 등 정부가 만든 일자리가 급격하게 증가한 덕분”이라며 “실제 민간 섹터는 훨씬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도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통계를 너무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며 “인구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이 최소한 15만 명은 돼야 했는데 10만 명에도 못 미쳤다”고 말했다. 작년 취업자 증가폭은 9만7000명으로, 전년(31만6000명 증가) 대비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주력 산업을 구조조정하고 건설투자가 둔화하는 와중에 고용률이 전년과 같다고 설명하는 건 마치 (정부가) 굉장히 잘했다는 것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생산가능인구를 말한 건 새로운 관점에서 고용시장을 보자는 것이지 인구구조 변화가 취업자 증감에 절대적이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정부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만큼 현재 고용상황이 이렇게 어려워진 것에 대해 정부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