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폭탄 공격으로 아프가니스탄 치안 병력 1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프간 반군 탈레반이 같은 날 미국과 평화협상 관련 대화 재개를 선언하는 등 강온 양면 전략으로 존재감 과시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평화협상 등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탈레반의 '지렛대 전략'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은 아프간 중부 와르다크 주의 군사 정보시설에서 21일 차량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 100명이 넘는 치안 벙력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는 사상자 수가 공식적으로 20여명이라고 밝혔지만 로이터통신은 아프간군 고위 인사의 말을 인용해 이번 폭발로 숨진 인원이 126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른 매체들도 사망자만 20∼6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2001년부터 계속된 아프간 내전에서 가장 치명적인 자살폭탄 공격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같은 치명적인 공격을 벌인 탈레반이 같은 날 미국과의 회담을 재개했다는 점이다.

탈레반은 지난해부터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다가 최근 외국 군대의 완전한 철수 등을 요구하며 최근 몇 주 동안 대화를 중단한 상태였다.

탈레반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회담했다"며 "며 "미국이 아프간에 대한 외국군의 침공 종식 등을 의제로 받아들이면서 회담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요한 협상을 앞둔 탈레반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전략적 행동을 한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언뜻 보면 탈레반이 원칙 없이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잘 짜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마르 사드르 아프간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다른 평화 정착 시도 경험에 비춰보면 회담이 중요한 단계로 접어들기 전에 폭력 수위가 종종 높아지곤 한다"고 말했다.

상대에 대한 공격 행위는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단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사드르 연구원은 "탈레반은 과거에도 아프간 지도자로부터 감정적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대형 공격을 벌이곤 했다"며 "앞으로 1년간은 폭력과 대화가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로 분석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미국과 대화를 진행하면서 최근 테러 공세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탈레반은 지난 14일에도 아프간 수도 카불 외국인 근로자 거주지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배후를 자처했다.

이 테러로 보안요원과 민간인 등 최소 5명이 사망하고 110여명이 다쳤다.

아프간에서는 2001년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이후 정부군·나토 연합군과 탈레반 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