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하강세가 뚜렷한 가운데 중국이 작년 경제성장률을 6.6%로 발표하자 통계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10월부터 광둥성 정부에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독자 발표를 금지해 부정적인 통계를 숨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왔다. 중국 관세청은 작년 4월부터 수출선행지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원유, 차 등 주요 상품의 국가별·지역별 수출입 물량 공개도 중단했다.

작년 성장률 6.6%라지만 美·英선 4~5%대로 추정…또 불거진 中 통계 조작 의혹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조작하기 어려운 미국 및 유럽 기업들의 중국 내 신차 판매와 애플 아이폰 판매량 등은 일제히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엔 중국 정부가 2017년 경제성장률 수치를 기존 6.9%에서 6.8%로 수정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향후 성장률 하락에 대비해 통계치를 조작한 것일지 모른다는 전문가 지적이 잇따랐다.

중국의 통계 조작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방정부들은 최근까지도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 등을 부풀렸다가 발각돼 망신을 당했다.

랴오닝성 정부는 2012~2014년 GRDP를 20% 이상 높게 조작했음을 시인했다. 중앙정부가 이를 파악하고도 조작된 중국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내놨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성장률이 발표되는 수치보다 최소 1%포인트 이상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과 호주의 교역 규모, 철도 통행량, 전기 및 석탄 소비, 부채 규모 등을 분석해 GDP를 추정하면 숫자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분석 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물류 규모와 전기 생산량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3분기 중국 성장률을 5%대로 추정했다. 미국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1%에 그쳤다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6일 중국 정부 산하 비밀 연구그룹이 지난해 중국 GDP 증가율을 1.67%로 추산했다고 보도해 주목받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