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장인들이 지난 18일 도쿄의 대표적인 오피스가 미나토구 신바시 거리에서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도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일본 직장인들이 지난 18일 도쿄의 대표적인 오피스가 미나토구 신바시 거리에서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도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요즘 일본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표현은 ‘헤이세이(平成)의 마지막’이란 수식어다. ‘헤이세이의 마지막 성인식’ ‘헤이세이의 마지막 달력’ ‘헤이세이의 마지막 신상품’ 같은 표현을 주요 언론 및 광고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대로 아키히토 일왕이 올 5월 물러나고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하면 1989년부터 사용해온 ‘헤이세이’라는 연호가 31년 만에 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일본인은 ‘헤이세이의 마지막’이라는 문구를 과거에 대한 추억과 향수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5월부터 사용할 새 연호를 새로운 시대의 개막으로 삼겠다는 각오가 역력한 분위기다.

때마침 2019년 럭비월드컵, 2020년 도쿄올림픽, 2025년 오사카 세계박람회 개최가 속속 대기하고 있어 변화에 대한 일본인의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과 1970년 오사카박람회로 고도성장을 구가하며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대도약의 시대가 재현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14일 성인식을 맞아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를 방문한 후카자와 유미 씨(20)는 “스무 살이 되는 해 연호가 바뀌는 것에 나뿐만 아니라 또래들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며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대 도래에 들뜬 분위기는 첨단산업을 생활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일본 정부와 경제계는 자율주행차와 로봇, 인공지능(AI), 드론 같은 4차 산업혁명 분야를 미래 중점사업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일손 부족이라는 현실 과제에 대처하는 수단이자 미래 일본 산업계의 경쟁력 근간으로 이들 첨단산업을 육성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청년들이 연예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던 모습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연호에 맞춘 결혼 증가와 ‘원년(元年) 베이비’ ‘올림픽 베이비’ 출산붐에 관한 기대도 적지 않다.

도쿄에서 외국인 대상 일본어 강사를 하고 있는 오노데라 안나 씨(31)는 “새 시대에 새 가정을 꾸렸으면 하는 바람에 그동안 미룬 결혼을 올해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후지TV에 따르면 일본에서 30개 결혼식장을 운영하는 한 대형업체는 올 4월30일과 5월1일 결혼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7배가량 늘었다. 도쿄 내 주요 결혼식장에선 5월 결혼식 예약 수가 전년 동기보다 1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