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비닐봉투와 미세먼지의 차이
최근 미시경제 수업 시간에 예제로 들 만한 두 가지 뉴스가 있었다. 첫째, 올해부터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면, 주인공 레드가 가석방돼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일하면서 소비자가 구매한 식료품을 봉투에 담기 전 “paper or plastic?(종이봉투에 담을까요 아니면 비닐봉투에 담을까요)”이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 측면에서 반드시 덜 위해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것 같은데 미국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돼 있다.

플라스틱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부산물로 만든다. 이에 반해 종이는 산림에서 벌목한 나무로 제조한다. 생산 과정에 따른 환경 오염 및 훼손 비용과 에너지 소모량 그리고 물류에 따른 환경비용 등을 계산하면 오히려 비닐봉투가 더 저렴하다고 한다. 봉투의 폐기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쓰레기의 80% 정도를 땅에 매립하는데 비닐봉투는 압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종이봉투에 비해 환경 훼손이 적다고 한다. 비닐이 유기분해가 되지 않는 문제는 미국의 경우 비닐뿐 아니라 모든 쓰레기는 오염물 차단을 위해 유기분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문제는 회수되지 않는 20%의 비닐봉투다. 해양에 버려진 비닐봉투를 해파리로 착각한 다양한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1988년과 1998년 방글라데시는 장마철에 버려진 비닐봉투가 하수구를 막아 시내가 물바다가 된 후 아예 비닐봉투를 금지했다. 이런 비용까지 계산하면 비닐봉투가 더 환경 훼손적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또 다른 뉴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입자 구성은 황산염과 질산염 등이 60% 정도인데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심근경색까지 야기한다니 공기 중에 떠다니는 독극물이라 할 수 있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조기 사망자가 3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대책이 시급하다.

비닐봉투나 미세먼지나 경제학적으로는 대표적인 ‘음의 외부효과’에 해당한다. 즉,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가 손해를 입는다. 원래 생산원가에 부담했어야 할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된다. 외부효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이를 세금 형태로 생산원가에 부담시키는 것이 최적이다. 아일랜드에서 비닐봉투에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이 이런 방식이다.

두 번째 대안으로, 기업에 생산쿼터를 지정해 최대 생산량을 제어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방법 역시 이론적으로는 첫 번째와 같은 경제적 효과를 낳는다. 이들 방법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사회적 효용을 최적화하는 방법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비닐봉투나 경유차 등에 대한 수요곡선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또 다른 대안으로는 거래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나 방글라데시가 취한 비닐봉투 금지령이 이에 해당한다. 인도의 히마칼 프라데시 주는 아예 비닐봉투를 소지하다 발각되면 2000달러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매우 극단적인 처방이다.

그런데 같은 외부효과에 대해 정부가 대처하는 방식은 상이하다. 비닐봉투는 부분적이지만 원천 금지해 놓고 경유차나 공장의 공해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비닐봉투가 일반적인 환경 문제라면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보다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세먼지 40% 이상을 발생시키는 중국과의 협의가 필수다. 중국의 외교 행태를 보면 이를 양자 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 스웨덴이 인근 국가에서 발생한 황산가스 유입에 대처한 방식으로 유엔과 같은 다국적 조직에 호소해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자체의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경유차나 공장의 미세먼지 발생에 대해 일정 부분 세금을 부과하거나 저감장치를 의무화해 외부효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수익자 부담으로 전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