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노동 정책도 '어깃장'…대통령 설득에도 꿈쩍않는 민주노총
정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극명하다. 작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겠다”고 하자 민주노총은 “주도적으로 임하겠다”고 화답했다.

올해 분위기는 냉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종국에는 노동자들조차도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게 된다”며 “노동계도 열린 마음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곧바로 민주노총은 “정부야말로 열린 마음을 가져달라”고 응수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노·정(勞政) 관계가 이렇게 틀어진 게 이상할 정도로 노동 편향적인 정책 일색이었다. 문 대통령의 약속대로 최저임금은 2년 연속 큰 폭으로 올랐다. ‘주 52시간 근로제’도 작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산업계의 호소와 고용시장에 드러나는 부정적인 신호에도 흔들림 없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여전히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과거와 다름없이 대규모 총파업을 했고 불법 점거 시위도 이어갔다.

한 노동 분야 전문가는 “노동계를 탓할 것 없다.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노동시장과 관련된 제도와 법을 바꿀 때는 노사가 하나씩 요구 조건을 교환하는 게 불문율이다.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아니면 갈등을 조정할 수 없어서다. 그동안 정부는 노동계 요구사항만 반영했다. 노동계가 양보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만 내놓도록 사실상 정부가 길을 열어줬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전에 최저임금 결정 방식과 산입 범위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고,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탄력근로제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없었을지 모른다. 노동계에 ‘열린 마음’을 요구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노·정 관계가 아니라 노·사·정(勞·使·政)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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