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브러더스’의 대표 주자 김시우(24)와 ‘슈퍼 루키’ 캐머런 챔프(미국)는 1995년생 동갑내기다. 태어난 달도 6월로 같다. 생일이 딱 13일 차이다. 통산 2승(김시우)과 1승(챔프)을 올리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차기 주자로 싹을 틔우고 있다는 게 비슷하다.

비거리 늘린 ‘제5의 사나이’

하지만 세계 골프팬의 관심은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를 제패한 김시우보다 1년차 루키인 챔프에게 압도적으로 쏠리고 있다. 두 선수가 한 조에 묶여 격돌한 11일(한국시간) PGA투어 소니오픈 첫날이 그랬다. 이날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파70·7044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TV 중계 카메라는 챔프를 쫓아가기 바빴다. 티샷 볼 스피드와 비거리, 어프로치샷, 퍼팅까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면에 옮겨졌다. 챔프는 ‘돌아온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필드의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함께 올 시즌 가장 주목받는 골퍼 ‘3인’으로 꼽힌다. 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평균 클럽헤드 스피드 130마일을 찍은 무시무시한 비거리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반전에는 김시우가 더 멀리 공을 날렸다. 1번, 5번, 8번, 9번홀에서 모두 300야드를 넘게 쳤다. 5번홀에선 337야드가 찍혔다. 챔프는 5번, 6번, 9번홀에서만 300야드를 쳤고, 김시우와 같은 5번홀에서 전반홀 중 가장 긴 330야드를 기록했다.

챔프의 장타 본능에 발동이 걸린 건 후반이다. 10번(355야드), 13번(351야드), 14번(372야드)홀에서 모두 350야드를 넘겼다. 반면 김시우는 10번, 12번, 18번홀에서 최장 322야드를 쳤다.

김시우는 대회 출전에 앞서 “투어에서 생존하려면 비거리를 더 늘려야 한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올해 첫 라운드에서 평균 312야드를 쳤다. 시즌 53위(298야드)인 비거리 순위가 이번 대회에선 39위로 뛰었다. 당초 계획대로 거리를 늘리고 있거나,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챔프를 의식했다는 방증이다.

챔프는 거리에 연연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멀리 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뚜렷하게 구분돼 정확성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이번 대회 1라운드 평균 비거리는 299야드로 144명 중 98위. 올 시즌 순위인 2위(323야드)보다 한참 밑이다. 우드 티샷을 자주 한 까닭이다. 하지만 최대 사거리는 김시우보다 35야드나 앞섰다.

김시우는 거리에서 밀렸지만 성적에선 앞섰다. 챔프가 버디 3개, 보기 2개로 1언더파(52위)를 친 반면 김시우는 버디 4개, 보기 2개로 2언더파(29위)를 적어냈다.

‘골든보이’ 스피스, 진짜 입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양용은(47)도 김시우와 같은 2언더파를 쳐 출발이 좋았다. 보기는 1개만 내주고 버디 3개를 잡았다. 강성훈(32)이 이븐파 76위, 이경훈(28) 김민휘(27) 임성재(21)가 나란히 1오버파 89위에 올라 부진했다. 배상문(33)은 전반에 1언더파로 좋았지만 후반에 보기 6개를 쏟아내는 샷 난조에 휘말리며 5오버파 140위로 곤두박질쳤다. 선두는 애덤 스벤슨(캐나다)으로 9언더파다.

지난해 결혼 이후 처음 투어에 복귀한 ‘골든보이’ 조던 스피스(미국·통산 11승)는 3오버파(127위)로 흔들렸다. 샷도 난사(亂射)에 가까웠지만 퍼팅이 특히 흔들렸다. PGA투어 1~2위를 다투던 컴퓨터 퍼팅이 이번 대회에선 80위에 그쳤다. 골프계에선 ‘입스(yips)’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유명 코치인 행크 헤이니(미국)는 “강점이었던 짧은 퍼트에서 손이 떨리는 걸 봤다”고 했다. 스피스는 그러나 “시험적으로 시도한 샷이 잘 안됐을 뿐 퍼트는 편했다”고 ‘입스설’을 부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