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中 4차 산업혁명 무기는 빅데이터 아닌 '블록데이터'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혁신적 과학기술을 국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간주하며 전국에 혁신지구를 설립하고 있다. 베이징의 중관춘, 우한의 등후, 상하이의 장장을 자주혁신시범지구로 정해 데이터를 핵심으로 하는 성장동력 개발에 나서고 있다. 광둥, 안후이, 쓰촨, 시안, 선양, 구이저우에도 혁신지구를 지정해 체계적으로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구이저우는 중앙정부가 승인한 첫 빅데이터 종합시범지구로 눈길을 끈다. 국가 빅데이터 종합시범지구 건설 프로젝트는 데이터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벽 철폐, 인프라 강화, 빅데이터 관련 상품 개발 등 데이터 주도형 혁신의 첫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구이저우성의 구이양시 정부와 베이징시 과학기술위원회는 빅데이터 전략연구소를 함께 세웠다. 이 연구소는 중국 최대 빅데이터 연구기관이자 개방형 연구 플랫폼으로 중국의 집단지성이 모이는 곳이다. 《블록데이터 혁명》은 중국 빅데이터 전략연구소의 최신 빅데이터 연구를 소개한다.

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그 규모가 방대하고, 생성 주기도 짧고, 형태도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 빅데이터 시대가 진화할수록 인류의 데이터 축적 능력이 데이터 처리 능력을 크게 앞지르면서 쓰레기 데이터가 범람하고 데이터의 옥석을 가리는 일이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빅데이터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들은 블록데이터 개념을 소개한다. 블록데이터는 높은 연관성을 지닌 각종 데이터가 특정한 플랫폼에서 꾸준히 통합된 결과물을 말한다.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데이터 가치사슬이다. 블록데이터는 인과성이 아니라 연관성을 강조한다. 높은 연관성을 지닌 데이터의 가치는 일반적 의미의 빅데이터보다 높다는 것. 저자들은 빅데이터에 비해 블록데이터가 산업 발전, 공공서비스, 사회 관리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블록데이터의 가치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빅데이터는 새로운 업종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의 렌터카 회사인 집카,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디디추싱, 선저우 등은 새로운 업종의 탄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협력적 소비라는 모델을 통해 공유경제의 가치사슬을 만든다. 블록데이터는 새로운 연관관계를 바탕으로 전통산업의 구조를 뒤엎고 재구축함으로써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사슬을 만들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중국의 가구업체 상핀자이페이는 데이터 운용을 통해 전통산업의 가치사슬을 재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대도시에 있는 약 10만 개에 달하는 주택 구조, 거주 공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고객의 주문을 받은 뒤 48시간 내에 가구 설계도 선택, 마감 처리, 구멍 뚫기 등의 작업을 완료한다. 상핀자이페이는 30%에 달하던 전통 업체의 주문 착오율을 3%대로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전통 업체의 10~20배에 달하는 생산 효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

국가 간 경쟁이 자본, 토지, 인구, 에너지 쟁탈전에서 누가 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느냐로 전환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중국이 데이터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