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가 개막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뉴 빅스비’를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가 개막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뉴 빅스비’를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진)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인공지능(AI)에 할애했다. 올해 CES에서 삼성전자의 ‘얼굴마담’ 역할을 한 ‘마이크로 LED TV’나 ‘삼성봇’ 등도 “삼성의 AI 기술력 덕분에 가능했다”고 설명했을 정도다. 그는 “구글, 아마존과의 협력모델이 잘 진행되고 있고 빅스비(삼성전자 AI 플랫폼) 생태계로 들어오는 파트너도 늘고 있다”며 삼성의 AI 전략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공지능 파괴력 갈수록 커져

김 사장은 “과거 50년간 전자업계를 뒤흔든 변화보다 더 큰 변혁이 향후 5년간 AI로 인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AI가 전자산업에 미치는 파괴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CES 2019] AI가 5년내 전자업계 '판' 바꾼다
김 사장은 AI의 영향력이 커진 분야로 TV와 로봇을 들었다. 삼성전자의 최고급TV인 8K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TV는 물론 향후 가전산업 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할 마이크로 LED TV와 로봇 모두 AI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사장은 “AI는 앞으로 글로벌 전자업계의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AI 접근법에 대해선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자평했다. 글로벌 AI업계의 최강자인 아마존, 구글과 손잡으면 빅스비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오해가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대다수 소비자는 여러 브랜드의 가전기기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브랜드마다 자신의 플랫폼만 앞세우다보니 집안에 있는 모든 가전·IT 기기가 연동되는 ‘스마트 홈’이 될 수 없다. 요즘 소비자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각 기기가 연동되도록 업체들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이렇게 묶이면 각 사의 AI 생태계도 커진다.”

김 사장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도 전자업계 판도를 바꿀 변수로 꼽았다. 소비의 중심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를 이해하지 못하는 업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변화된 트렌드를 반영한 가전제품을 올 상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절 있었지만 언제나 극복”

기자간담회가 열린 7일(한국시간 8일)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날이었다. 영업이익(10조8000억원)이 전 분기보다 38.5%나 쪼그라들었다는 소식에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위기의 원인과 회복 시점을 묻는 질문이 김 사장에게 던져졌다. 그는 삼성전자 실적이 추락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둔화된 게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중국과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 둔화가 삼성전자 실적을 끌어내린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50년 역사에 어려웠던 시절은 항상 있었지만 언제나 극복해왔다”며 “그런 저력이 있는 만큼 이번 위기도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실적이 반등하는 시점을 올 하반기로 예상했다.

라스베이거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