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운턴·스마트폰 부진 '비보'에 미래먹거리 발굴 '잰걸음'
비정규직·미세먼지 등 사회적 난제 해결로 이미지 개선 '공들이기'
'다급한' 이재용, 신성장동력·사회적책임 '두마리 토끼' 사냥
삼성전자가 8일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과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 실적'을 동시에 받아들었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77회 생일 전날이자 법인 설립(1969년 1월 13일) 50주년을 닷새 앞두고 내놓은 성적표는 '삼성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낭보'라기보다는 '비보' 쪽에 가깝다.

글로벌 업황에 따른 일시적 부진이라는 분석이 우세이긴 하지만 이병철 선대회장의 선견지명과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투자로 일궈냈다는 '반도체 신화'가 이 부회장 시대에 최악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2월초 항소심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올들어 잇따라 현장 행보에 나서면서 여러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기해년 숙제'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미래먹거리 확보와 사회적 책임 강화를 통한 이미지 개선으로 요약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총 180조원에 달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내놨던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AI), 바이오, 5G, 전장부품 등 이른바 '4대 미래성장 사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TV와 스마트폰, 반도체에 이어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쟁업체들의 도전이 거센 상황이어서 '험로'가 예상된다.

경영 실적에 못지않게 이 부회장에게 급한 과제는 과거 정경유착 관행 등에 따른 부정적인 '재벌'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의 직접 채용 결정과 파견 운전기사 무기 계약직 채용, 노동조합 활동 보장, '반도체 백혈병' 분쟁 종식 등에 이어 올해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지원, 소프트웨어 청년 인력 육성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상생협력·동반성장' 기조에 협조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삼성SDI와 삼성화재, 삼성전기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을 통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나선 것도 재벌 승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돌려놓기 위한 결단이라는 평가다.

올해 들어서는 '미세먼지 연구소'를 설립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기술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연초부터 내놓으면서 사회적 난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게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우선 본인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보폭에 제한이 있는 데다 노조 와해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경영권 승계 논란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계속되고 있고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부정적인 여론에 더해 실적마저 꺾이면서 이 부회장으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미래성장 사업을 챙기면서 사회적 역할을 부각하는 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