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37회를 맞는 이 행사는 매년 1월 전세계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지난해 성과와 올해 목표를 발표하고 투자자를 만나는 자리다. 글로벌 제약사부터 바이오벤처들이 총출동해 ‘바이오 슈퍼볼’로 불린다.

JP모건 측은 올해 485개 이상의 기업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는 45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매년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한국 기업들도 참가도 늘고 있다. 2016년 공식 초청 받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21개사였지만 2017년 30개, 지난해 50개로 늘었다. 2년 만에 두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 1만여명이 모이는 만큼 이 행사에서는 기술수출, 인수합병 등 중요한 계약이 최종 이뤄진다. 올해의 최대 화제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세엘진의 초대형 인수합병(M&A)이었다. BMS는 지난 3일 740억 달러(약 83조5000억원)에 희귀난치질환 전문 신약개발사 세엘진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제약업계 역사상 5위 안에 드는 ’빅딜‘이다.

지오반니 카포리오 BMS 회장(왼쪽)과 마크 알레스 세엘진 회장이 7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인수합병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지오반니 카포리오 BMS 회장(왼쪽)과 마크 알레스 세엘진 회장이 7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인수합병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날 웨스트세인트프랜시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행사 개막 직후 첫번째 연자로 나서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지오반니 카포리오 BMS 회장과 마크 알레스 세엘진 회장이 참석해 CAR-T 세포치료제를 비롯한 신약 파이프라인과 합병 이후 공동개발 계획을 밝혔다.

일라이 릴리도 80억 달러(약 9조원)에 표적 항암제 개발업체 록소온콜로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이번 행사에서 또 다른 대형 인수합병 사례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자금력을 갖춘 대형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어서다. 희귀질환이나 세포치료제 등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가진 바이오 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지난해 일본 다케다가 샤이어를 620억 달러(약 69조5000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바이오기업 인수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대형 제약사를 넘어선 거대 제약사들이 잇달아 탄생하면서 글로벌 제약산업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해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기조 연설을 했다. 지난해는 빌 게이츠를 초청해 흥행에 성공한만큼 올해는 내실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8일에는 스캇 고트리브 FDA 최고책임자(commissioner)도 연자로 나선다.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트세인트프랜시스호텔에서 개막했다.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트세인트프랜시스호텔에서 개막했다.
국내 기업들도 굵직한 투자 소식을 발표했다. 한독과 제넥신은 미국 레졸루트에 2500만 달러(약 280억원)을 공동투자한다고 7일 발표했다. 이로써 레졸루트의 지분 54%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레졸루트는 2010년 설립된 바이오의약품 개발회사다. 대사성 희귀질환 분야의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의 미국과 유럽 임상 2b상 진행을 앞두고 있으며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를 위한 혈장 칼리크레인 억제제의 전임상 독성시험과 1주 제형 기저 인슐린 주사제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이며 한독과 제넥신은 레졸루트가 쌓아온 바이오의약품 개발 경험을 확보하고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김영진 한독 회장은 “레졸루트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바이오의약품 개발회사로 한독 및 제넥신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많다”며 “레졸루트 핵심멤버들의 성장호르몬 개발 경험은 한독과 제넥신이 공동개발 중인 지속형 성장호르몬(GX-H9)의 글로벌 임상 3상을 가속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50여개 기업이 참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참가해왔다. 2017년 한국 기업 최초로 행사장의 중심인 메인트랙에서 발표를 배정받았고 올해도 3년 연속 메인트랙 발표를 한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오는 9일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업체로서 경쟁력에 대해 알릴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처음으로 행사장에서 가장 큰 800석 규모의 그랜드볼룸에서 지정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메인트랙에서도 장소가 가장 넓고 접근이 용이한 그랜드볼룸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기업이라는 의미“라며 ”과거에는 아시아에서도 신흥시장으로 분류됐던 한국 바이오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도 올해 처음 메인트랙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큰 500석 규모의 콜로니얼룸을 지정받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허쥬마와 트룩시마의 출시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중국 진출 계획에 대해서도 소개할 예정이다.

LG화학,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한미약품, 코오롱티슈진 등도 신흥시장(이머징마켓) 트랙에서 지난해 연구개발(R&D) 성과와 경영 실적, 올해 비전을 발표한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글로벌 임상 3상에 들어간 이노톡스와 중국 사업 전략을, 김선영 바이로메드 대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의 미국 임상 3상 현황과 신약 파이프라인을 소개한다.

샌프란시스코=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