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공무상 비밀 누설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한 김태우 수사관이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공무상 비밀 누설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한 김태우 수사관이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인사의 비리 첩보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3일 검찰에 출석했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가 자신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범죄는 자신이 아니라 청와대가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3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약 9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 전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이번 정부에서 청와대 특감반원으로 일하면서 위에서 지시하면 열심히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런데 업무 수행 중에 공직자에 대해 폭압적으로 휴대폰을 검사하고, 혐의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서 감찰하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청와대)의 측근에 대한 비리 첩보를 보고하면 모두 직무유기하는 행태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폭로 이유를 밝혔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가 자신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제가 올린 감찰 첩보에 대해 첩보 혐의자가 자신의 고등학교 동문인 것을 알고 직접 전화해 감찰 정보를 누설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은 제가 아니라 청와대 측이 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이날 조사 중 박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김 수사관은 자신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할 당시 민간 은행장과 전직 총리 아들 등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에 관해서도 우 대사의 금품 수수 의혹을 조사해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 민간인을 사찰한 적이 없다며 지난달 19일 김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0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감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 김 수사관의 혐의는 수원지검, 청와대 고위 인사의 혐의에 대해서는 서울동부지검에서 각각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