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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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GM이 내수 판매 회복에 사활을 걸었다. 주요 차종 가격을 내리고 한층 공격적인 판촉 전략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새해를 맞아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차종별로는 출시 1년이 채 안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를 트림(세부모델)별로 LT 190만원, 프리미어 300만원씩 각각 낮춰 잡았다. LT는 32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준대형 세단 임팔라는 전 트림을 200만원 내렸다. 이뿐만 아니라 경차 더 뉴 스파크의 경우 15만~50만원, 소형 SUV인 트랙스는 30만~84만원 더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완성차 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차량의 가격 정책을 전면적으로 손질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 배경에는 전북 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불거진 철수설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GM은 지난 한 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내수 시장에서 전년(13만2377대)보다 29.5% 줄어든 9만3317대를 팔았다. 2002년 법인 설립 이후 16년 만에 처음 10만 대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연초부터 가격 인하란 승부수를 띄웠다”며 “내수 판매 4위로 밀려나면서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뉴 스파크를 시작으로 여러 옵션(선택사양)까지 마련하는 등 실적 부진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한국GM은 신차 출시 때마다 가격을 둘러싼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여 왔다. 지난해 6월 부산모터쇼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이쿼녹스는 가격 책정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차의 누적 판매량은 1718대에 그쳐 사실상 신차 효과가 없었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해온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는 조기 단종되면서 불명예를 뒤집어 쓰고 말았다. 역시 경쟁 차종 대비 높게 책정된 가격이 문제였다. 회사 측은 뒤늦게 가격을 최대 200만원 내렸으나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엔 ‘이미 한발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저 톨레도 한국GM 영업부문 부사장은 “새 가격 정책이 내수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데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한국GM은 오랜 진통 끝에 분리된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공식 출범시키는 등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밖에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 등의 신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