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국가가 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미국 유명 연구기관인 애틀랜틱카운슬의 ‘아시아 안보프로그램’ 책임자인 오미연 국장(사진)은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 등 서방국가와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국장은 “미국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따를 것으로 봤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얼마 전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을 보면 공산당 일당지배를 지지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국가자본주의를 제시했다”며 “개혁·개방을 말하긴 했지만, 미국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국이 원하는 식으로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메시지였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이 수교 40주년을 맞는 것과 관련해선 “북한 비핵화 같은 몇몇 분야를 빼면 미·중 협력 분야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국장은 “올해 애틀랜틱카운슬이 5대 미래 트렌드로 △글로벌 체제의 미래 △강대국 경쟁의 부활 △민주적 자본주의의 미래 △불확실한 미국 리더십 △급격한 기술변화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꼽았는데 5가지 모두에 중국이 관련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대국 중 러시아는 쇠퇴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중국은 떠오르는 강대국으로 지역적, 세계적 헤게모니를 추구한다”며 “그런 점에서 미 행정부나 정책서클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미·중 관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국장은 “인공지능이나 5G(5세대) 이동통신, 양자컴퓨터 같은 분야에선 미국이 더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알리바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들은 ‘중국이 1·2·3차 산업혁명에선 새로 발명한 게 없지만 4차 산업혁명에선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며 “미국도 그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부상할 수 있는 동력이 경제(성장)이기 때문에 경제를 막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이 아시아와 세계에서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전략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워싱턴 싱크탱크들은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것은 실수라고 보는 분위기”라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TPP의 대안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