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 90일 휴전에 합의한 뒤 처음으로 지난 29일 전화통화를 했다. 다음달 7일 시작되는 차관급 미·중 협상을 앞두고 정상 간 접촉이 이뤄진 것이어서 무역전쟁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되고 있다.

시진핑, 또 먼저 전화…트럼프 "협상 큰 진전"
이번 통화는 시 주석이 요청해 성사됐다. 시 주석은 이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한 달 전인 지난달 1일에도 먼저 전화를 걸었고 그 뒤 90일 휴전을 이끌어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시 주석이 협상 타결의 마지막 퍼즐로 지목되는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타협안을 제시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고 무역협상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금 시 주석과 길고도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며 “협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타결된다면 그것은 모든 주제와 분야, 쟁점을 망라하는 매우 포괄적인 합의가 될 것”이라며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이날 통화에서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인들에게 신년 인사를 전하면서 “협상팀이 가급적 이른 시기에 만나 서로 양보해 두 나라와 세계에 이익이 되는 합의에 이르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신화통신은 소개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요구사항에서 양보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미국산 수입량을 대폭 늘리는 것 외에 △강제 기술이전 요구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사이버 침입·절도 근절 △서비스·농업 분야에서의 비관세장벽 해소 등을 압박해왔다.

이달 1일 두 정상이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전쟁을 3개월 휴전할 것을 합의한 뒤 팽팽했던 양측의 긴장감은 일단 가라앉은 상태다. 미국은 내년 1월부터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의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려던 계획을 유예한 데 이어 984개 중국산 제품의 관세를 철회했다. 중국은 미국산 콩에 이어 28일엔 사상 처음으로 미국산 쌀 수입을 허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를 철회한 것은 무역전쟁 휴전 선언 이후 물밑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중국 역시 무역갈등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우호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 협상단은 다음달 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프리 게리시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미국 협상단을 이끌고 중국 측에선 왕서우원 상무부 차관이 대표를 맡는다. 대(對)중국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