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내·쓰레기 줍기…'용돈벌이 일자리'만 늘린 노인 예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19 신년기획 - 인구절벽·고령화 쇼크
<1부> 본격화하는 베이비부머 은퇴 (4) 헛도는 고령화 예산
내년 공공형 일자리 1686억원↑
노인들 원하는 시장형 일자리엔 204억원 늘리는데 그쳐
노인 예산 80%가 '현금 살포'
기초연금 등 '돈 뿌리기'에 고령화 산업 육성은 뒤로 밀려
<1부> 본격화하는 베이비부머 은퇴 (4) 헛도는 고령화 예산
내년 공공형 일자리 1686억원↑
노인들 원하는 시장형 일자리엔 204억원 늘리는데 그쳐
노인 예산 80%가 '현금 살포'
기초연금 등 '돈 뿌리기'에 고령화 산업 육성은 뒤로 밀려
보건복지부는 내년 노인 공공형 일자리 예산으로 올해 대비 1686억원 증액한 6658억원을 책정했다. 노인 공공형 일자리는 하루 3시간 이내로 어린이 통학길 교통안내 등 봉사활동을 하면서 월 27만원을 받을 수 있는 ‘용돈벌이’ 성격의 일자리다. 반면 보수 또는 근무시간 제한 없이 민간업체에서 일하는 시장형 일자리 예산(지원금)은 812억원에서 1016억원으로 204억원 늘리는 데 그쳤다. 서울시의 한 구의원은 “공공형 일자리에 투입되는 예산은 급여라기보다 현금 살포에 가깝다”며 “노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시장형 일자리인데 정부가 공공형만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예산이 헛돌고 있다. 예산 대부분이 기초연금을 비롯한 ‘현금 퍼붓기’ 성격이고 노인 일자리 창출과 고령화산업 육성 등에는 제대로 배분되지 않고 있다. 단순한 재정 직접 지원만으로는 고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재정 수요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어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 예산 82%가 기초연금
26일 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예산은 올해 11조71억원에서 내년 13조9776억원으로 2조9705억원(27.0%) 늘어난다. 내년에 기금을 포함한 전체 복지부 예산 증가액(9조3594억원) 중에서 가장 큰 비중(31.7%)을 차지한다. 증가율은 전체 복지부 예산(14.7%)의 두 배 수준이다.
노인 예산이 급증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현금 퍼붓기 성격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일률적으로 월 25만~3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이 11조4952억원으로 82.2%를 차지한다. 정부 관계자는 “소득 상위 30%를 빼고는 기초연금을 다 주다보니 자녀에게 한 달에 수백만원의 용돈을 받는 노인들까지 연금을 받는다”며 “거의 ‘돈 뿌리기’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21년까지 기초연금 지급액을 월 3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재정 소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를 향후 10년간 연평균 2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1조원도 안 되는 노인 일자리 예산
반면 내년에 책정된 노인 일자리 예산은 8220억원으로 1조원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이 예산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노인이 원하는 시장형 대신 공공형 일자리에 치중한 데다 일자리 배정도 개인 사정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순번 끊기’ 성격이어서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치는 공공형이 35만5000명, 시장형이 7만 명이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김모씨(72·서울 구로구)는 “용돈 수준인 월급여 27만원의 공공형 일자리로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대학에서 복지학을 전공했는데 지난 4년 동안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복지 관련 일을 배정받아본 적이 없다”며 “정부가 노인들의 역량을 분석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기보다 일률적으로 쓰레기 줍기 같은 일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민간이 정부 지원을 일부 받아 내놓는 시장형 일자리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노인 시장형 일자리 참가자는 지난해 5만8688명에서 올해 4만8463명으로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 노인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감소한 결과라는 것이 추 의원의 분석이다.
고령화산업 육성은 ‘찬밥’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산업 정책도 예산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기술 연구개발 활성화’ 사업은 올해 예산 125억원이 배정되는 데 그쳤다. 일본이 지난해 ‘고령사회에 대응한 시장의 활성화와 연구 추진을 위한 기본 시책’ 분야에 111억엔(약 1130억원)을 책정한 것과 비교하면 10% 수준에 그친다.
중장년 근로자를 위한 임금피크제 지원 예산은 아예 내년에 ‘0원’이 됐다.
고령화 예산이 배정된 사업 중에는 실제로 고령화와 거리가 먼 사업도 눈에 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해 고령화 대응을 위해 설정한 과제는 97개다. 이 가운데는 부사관·군무원 중심 병력구조 정예화(예산 578억원), 해외 우수 유학생 유치 확대(525억원), 외국인 사회적응 및 정착지원 강화(69억원) 등 고령화 대책과 별 관계 없는 과제도 적지 않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고령화 예산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성수영/서민준 기자 van7691@hankyung.com
고령화 예산이 헛돌고 있다. 예산 대부분이 기초연금을 비롯한 ‘현금 퍼붓기’ 성격이고 노인 일자리 창출과 고령화산업 육성 등에는 제대로 배분되지 않고 있다. 단순한 재정 직접 지원만으로는 고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재정 수요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어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 예산 82%가 기초연금
26일 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예산은 올해 11조71억원에서 내년 13조9776억원으로 2조9705억원(27.0%) 늘어난다. 내년에 기금을 포함한 전체 복지부 예산 증가액(9조3594억원) 중에서 가장 큰 비중(31.7%)을 차지한다. 증가율은 전체 복지부 예산(14.7%)의 두 배 수준이다.
노인 예산이 급증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현금 퍼붓기 성격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일률적으로 월 25만~3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이 11조4952억원으로 82.2%를 차지한다. 정부 관계자는 “소득 상위 30%를 빼고는 기초연금을 다 주다보니 자녀에게 한 달에 수백만원의 용돈을 받는 노인들까지 연금을 받는다”며 “거의 ‘돈 뿌리기’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21년까지 기초연금 지급액을 월 3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재정 소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를 향후 10년간 연평균 2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1조원도 안 되는 노인 일자리 예산
반면 내년에 책정된 노인 일자리 예산은 8220억원으로 1조원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이 예산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노인이 원하는 시장형 대신 공공형 일자리에 치중한 데다 일자리 배정도 개인 사정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순번 끊기’ 성격이어서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치는 공공형이 35만5000명, 시장형이 7만 명이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김모씨(72·서울 구로구)는 “용돈 수준인 월급여 27만원의 공공형 일자리로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대학에서 복지학을 전공했는데 지난 4년 동안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복지 관련 일을 배정받아본 적이 없다”며 “정부가 노인들의 역량을 분석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기보다 일률적으로 쓰레기 줍기 같은 일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민간이 정부 지원을 일부 받아 내놓는 시장형 일자리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노인 시장형 일자리 참가자는 지난해 5만8688명에서 올해 4만8463명으로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 노인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감소한 결과라는 것이 추 의원의 분석이다.
고령화산업 육성은 ‘찬밥’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산업 정책도 예산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기술 연구개발 활성화’ 사업은 올해 예산 125억원이 배정되는 데 그쳤다. 일본이 지난해 ‘고령사회에 대응한 시장의 활성화와 연구 추진을 위한 기본 시책’ 분야에 111억엔(약 1130억원)을 책정한 것과 비교하면 10% 수준에 그친다.
중장년 근로자를 위한 임금피크제 지원 예산은 아예 내년에 ‘0원’이 됐다.
고령화 예산이 배정된 사업 중에는 실제로 고령화와 거리가 먼 사업도 눈에 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해 고령화 대응을 위해 설정한 과제는 97개다. 이 가운데는 부사관·군무원 중심 병력구조 정예화(예산 578억원), 해외 우수 유학생 유치 확대(525억원), 외국인 사회적응 및 정착지원 강화(69억원) 등 고령화 대책과 별 관계 없는 과제도 적지 않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고령화 예산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성수영/서민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