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밀어붙이던 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을 보류하며 한발 물러섰다. ‘노사 약정에 따른 유급휴일’을 시급 계산에서 제외한 새 개정안을 다음번 국무회의(31일)에 재상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좋은 중재안을 낸 듯 생색내는 분위기지만, 정책 혼선에 따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약정 유급휴일에 관한 수당(분자)과 해당 시간(분모)이 동시에 제외되기 때문에 시급은 종전과 달라지지 않는다 ”고 지적한 대로다. 연봉이 5000만원에 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도 변함없다.

복잡한듯 보이지만 쟁점은 단순하다. 시급 계산 시 실제 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냐, 일하지 않은 토요일과 일요일의 ‘가상 근로’를 포함할 것이냐의 문제다. 토요 근무(약정 근로)와 일요 근무(주휴 근로)는 둘 다 한국의 후진적인 노사관계법과 관행에서 비롯된 개념들이다. ‘약정 근로’는 일부 대기업이 강성 노조 달래기 차원에서 쉬는 토요일도 4~8시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단체협약상 관행이다. ‘주휴 근로’는 평일 근무가 일정시간(하루 3시간, 1주일 15시간)을 넘으면, 주 1회 이상 유급 휴일을 인정해 주는 근로기준법상의 ‘가상 근로’다. 한국과 대만에만 있는 조항이다.

‘가상 근로’에 대해 대법원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일관되게 내놓고 있다. 국무회의의 ‘보류’ 결정으로 토요 근무는 최저임금에서 제외됐지만, 핵심은 일요 근무의 포함여부다. 주휴 근무 포함 시 내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10.9%가 아니라 33%에 달한다. 상당수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대법 판례를 반영해 토요 근무를 제외키로 했다”는 고용부 논리대로라면 일요 근무도 제외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보류 과정에서 목격된 고용부의 독선적 행태가 걱정을 더한다. 부처 간·시장참가자 간 이견이 첨예한 정책의 사전조율에 실패한 것은 의사결정시스템의 부재를 웅변한다. 국무회의까지 엉뚱한 정책이 통과된 상황을 가정해 보면 아찔할 뿐이다. ‘윗선’의 기류를 살피고 얼버무리는 식은 곤란하다. 법과 상식에 맞는 개선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