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1969년에 등장했다. 미국 국방부가 군사목적으로 구축한 아르파넷(ARPANET)이 시초다. 한국에서는 1982년 전길남 박사가 서울대와 한국전자기술연구소(현 ETRI) 사이에 인터넷을 개통했다. 정보 처리와 전송 속도가 빠른 초고속 인터넷망은 미국보다 이른 1998년에 선보였다.

인터넷의 ‘정보 혁명’ 덕분에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탄생했다.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와 전자상거래 업체가 잇달아 출현했다. 이제는 인터넷이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과 사물까지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시대’가 됐다. 냉장고나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침대 매트리스에도 센서가 달려 있어 수면 중 호흡과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앞으로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으로 ‘사물경제(EoT: Economy of Things)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이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각종 정보를 사고파는 등 각각의 서비스를 거래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간의 개입 없이 사물 간의 경제 활동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진입할 때 요금을 내면서 차량에 축적된 데이터를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아직은 가상화폐 거래에 주로 쓰이지만 에너지, 유통 등 활용 범위가 넓다. 독일은 블록체인 기반의 전력 거래를 시작했고, 스페인은 탄소배출권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 위치와 관리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 물류 관계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블록체인 혁명》을 쓴 미래학자 돈 탭스콧은 “데이터 영구보전과 보안 강화 같은 블록체인 특성이 ‘제2 인터넷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IBM기업가치연구소는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물경제가 우리 주변의 자산들을 온라인 상품처럼 검색하고 거래하게 해줌으로써 글로벌 경제에 전례없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도 금융·의료·에너지·공공서비스 등 블록체인을 응용해 혁신을 일으킬 분야가 많다.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에 이어 다양한 산업군에 블록체인을 융합하는 사업을 늘릴 필요가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구들은 2020년까지 인터넷에 200억 개 이상의 전자기기나 센서가 연결돼 최소 6조2000억달러(약 7000조원) 가치의 데이터가 양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은 인터넷 탄생 50주년이 되는 해다.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연 ‘IT 강국’으로서 사물경제 시대의 미래 선점에 정부와 업계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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