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이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됐지만 임기를 다 채울 전망이다. 공직선거법과 달리 민간 선출직 회장의 경우 법원의 선고시한 규정이 따로 없는 데다, 법원의 미온적인 대처 등으로 선거법 위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은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새마을금고법 위반 사건 첫 공판기일을 지난 19일에서 내년 3월로 3개월 연기했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박 회장 변호인이 공소사실에 대한 기록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고 기일 연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지검은 지난 2월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 등에게 그릇과 포크 세트 등 1546만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한 혐의로 박 회장을 지난 11월 기소했다. 3심까지 2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 말에야 회장 선출 과정의 유무죄를 판가름할 수 있게 된다.

법조계에선 선거사범에 대해 법원이 공판기일을 3개월이나 연기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도 이를 지적한 '서민금융기관의 선거법 위반~'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새마을금고 회장은 연봉 4억8000만원을 받고 자산 160조원을 운용하는 자리”라며 “재판이 연기되는 만큼 혈세가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조속히 재판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지검도 지난 20일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의견서를 광주지법에 제출했다. 또 공판기일에 앞서 준비기일이라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준비 기일을 통해 주요 쟁점을 정리해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른 조합형태의 선출직 회장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도 2015년 7월 금품선거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4월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내년 2월 임기 전까지는 2심 결과도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 선출직 공직자는 기소 후 1년 내 ‘당선무효’를 판가름할 재판 결과가 나오도록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민간 선출직 임원은 선고기한 규정 자체가 없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안영욱 태평양 변호사는 “선거사범은 증인신청 후 불출석, 잦은 이의 제기 등으로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범 1심은 공소 제기후 6개월내, 2심과 3심은 3개월내 선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훈시규정에 불과해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민간 선출직 임원의 경우 선고기한 규정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다. 농협법 새마을금고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등 각기 다른 법에 선거규정이 흩어져 있고 소관부처가 달라 개정 작업도 만만치않다. 막대한 유권자 규모를 의식해 의원 입법을 통한 개정도 쉽지 않은 상태다.

'공안통 검사' 출신인 강정석 세종 변호사는 “임기가 끝난 뒤에라도 불법선거를 통한 당선이 드러날 경우 임기 중 받은 월급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