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이 부동산 펀드의 취득세를 감면해달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3년 만에 대법원 승소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하급심에 묶여 있는 100여 건의 유사 소송도 같은 결과를 받아낼 가능성이 높아 자산운용업계 전체가 지방자치단체들에 1400억원 안팎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대법 "부동산펀드에 취득세 감면해 줘라"…운용업계, 3년 만에 웃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KB운용(형식적 원고는 신탁사인 농협은행)과 서울 마포구의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의 취지에 따라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게 맞다”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KB운용의 KB와이즈스타사모부동산투자신탁 2호는 취득세 17억6200여만원 등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해 20억2700여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소송의 발단은 2013년 10월 당시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가 “조특법상 부동산 펀드의 취득세 감면 규정이 있지만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에게 등록을 마쳤을 때만 적용된다”는 형식 논리를 내세우면서다. 조특법은 부동산 펀드가 2012년까지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세의 30%를 감면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자산운용업계는 금감원에 일단 등록 신청을 한 뒤 부동산을 매입했다. 등록은 그다음에 이뤄졌다. 안행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는 등록을 완료하기 전에 부동산을 샀으니 세금을 깎아줄 수 없다고 통보했고 결국 100여 건의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일부 하급 법원은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다. KB운용도 1심에서는 졌다. 자본시장법을 흔들면서까지 세금 감면을 해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은 “자본시장법이 등록제도를 둔 것은 일정한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봐야 할 뿐”이라며 “부동산 간접투자 도입과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부동산 펀드의 취지를 감안할 때 세금 감면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이 맞다고 봤다.

KB운용 등을 비롯해 50여 건의 유사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의 오태환 변호사는 “정부와 지자체가 세금을 부과할 때는 조특법의 감면 취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명확히 한 판결”이라며 “자산운용업계의 나머지 소송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