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선보인 ‘스펙트럼’ 서비스 /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선보인 ‘스펙트럼’ 서비스 / 사진=현대차
주요 완성차 업체가 ‘공유경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차 구매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차량의 위치 정보를 활용해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장점도 있다.

13일 현대자동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스펙트럼’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원하는 차량을 선택해 탈 수 있는 제도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선 첫 시도다.

월 정액요금은 149만원이다. 이 금액 안에는 차량 임대가격과 보험료, 유지보수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차량을 바꿔도 요금에는 변동이 없다. 재계약, 수수료 부담, 거리제한도 없어 장기 렌터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구독경제’로 평가받는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선 소형차 미니가 새로운 차량 판매 방식인 '에피카 올 더 타임 미니’를 선보였다. 매달 요금을 내면 미니 쿠퍼부터 고성능 모델인 존 쿠퍼 웍스 등 모든 차량을 이용 가능하다.

회사 측은 BMW 등 다른 수입차로 제공 차량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러 차량을 경험해보길 원하는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며 “새 차를 사는 또 다른 방법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독경제는 해외 시장에서 이미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독일 스포츠카 업체 포르쉐는 ‘포르쉐 패스포트’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한 달에 2000달러(약 220만원)를 내면 미드십 스포츠카 박스터와 카이맨 등 차량을 골라 탈 수 있다.

볼보자동차는 지난 10월 독일에서 정기구독 상품을 도입했다. 월 498유로(약 63만원)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40을 운전할 수 있다. 이 밖에 벤츠 등도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을 소유하는 사람이 줄면서, 완성차 업체의 신차 판매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내수 시장에서 신차 등록대수는 전년 동기(169만8555대) 대비 0.6% 줄어든 168만7278대를 기록했다. 개별소비세 인하(5.0%→3.5%) 조치에도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공유경제의 대표 주자인 카셰어링(차량공유) 업체는 생존에 성공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1년까지 카셰어링에 따른 전 세계 차량 판매 감소 대수가 약 55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쏘카의 경우 지난달 말 누적 이용자 수는 438만 명에 달했다. 전년(340만 명)보다 28.8% 증가했다.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1만1000대가량이다.

롯데렌탈의 카셰어링 자회사인 그린카는 같은 기간 누적 이용자 수가 27.6% 증가한 300만 명을 기록했다. 보유 차량은 약 6500대다.

업계 관계자는 “카셰어링은 이용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이 82.0% 이상으로 높다”며 “젊은 층을 잡기 위한 완성차 업체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경제적 능력을 감안해 차량을 소유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 공유 및 구독경제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에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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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