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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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김윤선(37) 씨는 최근 집 근처 한 대형마트를 방문했다가 라면 몇 개와 우유 한 팩을 사오는데 그쳤다. 김씨는 "불과 몇 개월 전보다 가격들이 대부분 올라 있어 깜짝 놀랐다"며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오르는 것 같아 장바구니 채우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올 연말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공식품부터 외식물가까지 소비자들이 즐겨찾는 품목들이 줄줄이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최저임금 상승, 부진한 작황 실적, 임대료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내년 초까지 이같은 물가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공식품·외식물가 줄인상

소비자가 즐겨찾는 '다소비 가공식품 30개' 품목 중 절반 이상이 한 달 새 가격이 뛴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다소비 가공식품 30개 중 전월(10월) 대비 가격이 상승한 품목은 오렌지주스(6.8%)·국수(4.2%)·카레(2.8%) 등 16개였다.

특히 국수는 지난달에 이어 연속으로 가격이 올랐고 하락세를 보이던 된장은 11월 들어 다시 상승했다. 전월 대비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콜라(-1.3%), 고추장(-1.3%), 스프(-1.2%) 등 9개에 불과했다. 5개 품목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전년 동월(2017년 11월)과 비교하면 21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주로 곡물가공품, 수산가공품, 음료류 등이 상승했다. 곡물가공품에서는 즉석밥(10.6%)·시리얼(6.8%), 수산가공품은 어묵(10.4%)·참치캔(3.2%), 음료류는 오렌지주스(12.4%)·콜라(5.6%) 등의 가격 상승 폭이 컸다.

식품물가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빙그레는 지난 7일 대표제품인 '바나나맛 우유' 가격을 내년 초부터 7.7% 인상키로 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지난 기간 동안 여러 인상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해왔으나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농심은 새우깡·양파링 등 스낵류 54종의 출고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출고 가격 최대 인상률은 9.1%에 달한다. 팔도도 최근 컵라면 왕뚜껑의 값을 1050원에서 1150원으로 9.5% 올렸다. 인기 메뉴인 비빔면도 4.7% 가격이 올랐다. 해태제과 부라보콘과 롯데제과 월드콘도 최근 가격이 200원 올라 1500원이 됐다.

외식업계도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이디야커피는 이달부터 아메리카노 가격을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인상했다. 전체 70개 제품 중 14개 품목의 가격이 평균 10% 올랐다. '가성비 떡볶이'로 잘 알려진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도 내년 1월1일자로 가격을 올린다.

BBQ는 지난달 후라이드 대표 제품 '황금올리브'를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등 3개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2009년 이후 9년 만의 가격 상승이다. 기본 프라이드치킨값이 1만8000원인데, 2000원의 배달비를 포함하면 2만원이 되는 셈이다.

소비자물가지수 두 달째 2%대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흐름이 유지되고 있어 이같은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2018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달 보다 2.0%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다 13개월만인 지난 10월 2%대로 올라섰다. 이후 2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농산물이 14.4% 상승해 전체 물가를 0.60%포인트 끌어 올렸다. 토마토(44.4%), 파(35.6%), 쌀(23.8%) 등이 크게 상승했다. 반면 축산물은 달걀(-14.3%), 돼지고기(-4.4%) 등의 가격 하락 영향으로 1.5% 하락했다.

공업제품은 1.5% 올라 전체 물가를 0.47%포인트 높였다. 10월(2.0%)보다는 상승 폭이 줄었는데, 통계청은 유류세 인하 효과가 일부 나타난 것으로 풀이했다.

석유류는 6.5% 올라 전체 물가를 0.30%포인트 높였다. 10월(11.8%)보다는 상승세가 둔화됐다.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률은 각각 5.1%와 9.1%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세 등을 고려하면 내년 물가상승 압력은 높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최저임금 및 작황 부진 등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품목에 대해선 추가로 오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