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누리호 시험발사체 성공, 우주 주권에 청신호
“발사 전 10초, … 3, 2, 1, 발사 점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있는 관제센터의 발사 카운트다운과 함께 누리호 시험발사체는 지축을 흔드는 진동과 굉음을 내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누리호 시험발사체가 발사대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되자 대형 유리창 너머로 발사 광경을 볼 수 있는 참관인석에서는 “와!” 하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누리호 시험발사체는 당초 목표(140초)보다 긴 151초 연소에 성공, 최고 209㎞까지 오른 뒤 제주와 일본 오키나와 사이 공해에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4시 정각. 누리호 시험발사체는 정상적으로 발사됐다. 발사 10분 전부터 자동카운트에 진입한 뒤 이상 없이 진행됐고 발사 점화했다는 실황방송과 동시에 뿜어져 나온 화염을 멀리 떨어진 참관인석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발사된 시험발사체의 주된 목적은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쓰는 75t 엔진의 성능 시험이다. 이 엔진은 누리호로 명명된 한국형 발사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가압 계통의 압력 감소 현상이 발견돼 발사가 연기됐을 때는 올해 내 발사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성공적으로 발사돼 온 국민에게 축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누리호는 2021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번 시험발사에 성공한 75t 액체엔진을 사용, 1.5t의 인공위성체를 탑재할 수 있는 세계 정상급 우주발사체다.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우주발사체를 보유하는 국가가 된다. 세계 11위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세계 순위와 비슷하다. 모름지기 경제력과 우주개발 위상이 같이 가게 되는 셈이다. 한 국가가 우주발사체를 보유한다는 것은 원하는 시기에 계획한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우주로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우주개발 계획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우주 주권을 확보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세계 우주개발 활동은 최근 들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과 옛 소련 냉전시기에는 양대 진영의 패권 경쟁 양상으로 전개되다가 1990년대부터는 정보통신 시대를 맞아 지구 중심의 우주개발로 경제성을 앞세우는 우주산업 시대가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입에서 우주개발의 또 다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선, 우주개발에 참여하는 국가가 60개국에 이른다. 더 이상 선진국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지구 궤도에 지구관측위성, 통신방송위성을 올려놓는 등 지구 중심 우주개발 활동부터 소행성 탐사, 달 탐사와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 화성 탐사 등 활동무대가 확대되고 있다.

인공위성 발사뿐만 아니라 화성, 달, 소행성에 우주선을 보내기 위해서는 우주발사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과거 대항해시대 때는 범선이 필수품이었다. 범선 기술 수준이 세계 정복의 역사를 만들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당시의 범선이 지금은 우주선, 우주발사체이고 정복 대상은 지구에서 우주로 바뀐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주개발의 변화를 신우주시대 도래로 보고 있다.

이제 누리호 개발 과정의 커다란 난관 중 하나를 극복했다. 무엇보다 시험발사체의 성공적 발사를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한 연구진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하고 싶다. 더불어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번 시험발사체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독자적 우주시대 개막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것이다. 75t 엔진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증명됐으니, 이를 바탕으로 소형 위성발사체 개발도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달성하고 재사용 우주발사체를 개발해 세계 우주발사체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이런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간다면 이번 누리호 시험발사체의 성공은 다가올 신우주시대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 이끌기 위해서는 우주산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누리호 시험발사체의 성공적 발사는 온 국민의 가슴에 커다란 환희를 안겨줬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