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일방통행' 기내 간담회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이 끝난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 호텔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서 철수를 준비 중이던 100여 명이 넘는 청와대 기자단에 ‘깜짝’ 소식이 전달됐다. 문 대통령이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하는 전용기(공군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한다는 것.

한국과의 시차와 인터넷 송출 여건 등을 감안해 기사 작성 계획을 세워야 하는 기자단에는 비상이 걸렸다. 기자들에게는 다섯 번의 질문 기회가 주어졌다. 운항 중인 기내에서 이뤄지는 약식 간담회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기자단 논의를 거쳐 정치 외교 외에 경제 문제와 국내 현안과 관련한 질문도 넣기로 했다. 청와대 공직 기강 해이 문제도 포함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인사말에서 “국내 문제는 질문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외교 문제에 국한할 거면 간담회는 왜 하는 거지” “경제 문제는 물어도 되나” 등을 놓고 술렁였다.

문 대통령 의중은 임기 3년차를 맞아 경제 분야에 대해 어떻게 성과를 낼 것인지를 묻는 세 번째 질문이 끝나자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진전과 그에 따라 남북한 관계가 발맞춰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다소 뜬금없는 답변을 내놨다. 국내 사안에 대해 짧게라도 묻겠다고 하자 “외교 문제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결국 경제와 국내 문제에 칸막이를 치고 침묵을 지키면서 이날 간담회는 문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간담회 직후 “(국내 문제에) 답변하는 순간 기사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계신 것”이라며 기자들 불만을 달랬다.

이날 간담회에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통령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외교 성과에 모든 국내 이슈가 가려질 수는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이 기자 질문권을 무 자르듯 하면서 ‘보여주기식 간담회’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궁금증조차 해소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기자들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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