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치킨면 쇠고기미역국라면 콰트로치즈삼양라면…. 올해 출시돼 인기를 모은 제품들이다.

6년째 2조원 안팎에서 정체된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라면 업체들이 신제품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 등 꾸준히 팔리는 4대 제품을 보유한 농심은 지난해와 올해 20개가 넘는 신제품을 쏟아냈다. 오뚜기 삼양식품 등 2, 3위 업체도 매달 이색제품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라면업계의 가장 큰 위협은 가정간편식(HMR)이다. 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라면의 경쟁 구도가 격변하고 있다. 진라면의 라이벌은 더 이상 신라면만이 아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간편식, 한국야쿠르트의 밀키트와도 경쟁해야 한다. 편의점이 라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도 신제품 개발 경쟁에 불을 댕겼다.
라면업계 '異 맛으로' 승부…온리원 개발 경쟁
2조원 벽에 막힌 라면업계

한국인의 라면 섭취량은 세계 1위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은 1인당 연평균 73.7개의 라면을 먹었다. 세계 평균(13.3개)을 크게 웃돈다. 1970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1998년 1조원, 2013년엔 2조원을 넘기도 했다.

시장이 커지는 동안 ‘잘 팔리는 라면’ 순위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농심은 1980년대 출시된 4대 스테디셀러만으로 라면 매출의 80% 이상을 올렸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오뚜기는 진라면, 팔도는 왕뚜껑과 비빔면 등 각자의 ‘주력 상품’으로 승부해왔다.

특출한 신제품 없이도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는 지지부진했다. “라면 신제품은 나오자마자 경쟁사가 1시간 안에 똑같이 만들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라면 4사가 지닌 기술력과 재료에 그만큼 차이가 없다는 의미였다.

라면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돌파한 2013년. 업계는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도취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국민 간식’ ‘간편한 한 끼’였던 라면을 HMR이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짜왕과 진짬뽕 등 중화라면의 반짝 유행에 라면 시장은 2조원을 넘기도 했지만 지난해 다시 1조원대로 내려앉았다.

“베끼면 답 없다” R&D에 총력

라면업계는 이런 위기 극복을 위해 ‘세상에 없던 라면 만들기’ 경쟁에 나섰다. 지난 2년간 20여 개 신제품을 선보인 농심에선 라면연구소와 마케팅실이 5~6년간의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고 토론을 벌여 신제품을 출시한다. 심규철 농심 면개발팀장은 “라면의 주 소비층이 편의점에서 참치마요 삼각김밥 등을 가장 많이 구매한다는 통계를 기반으로 참치마요면을 출시했다”며 “양념치킨면, 스파게티면 등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고 말했다.

오뚜기도 지난해와 올해 진짜쫄면 쇠고기미역국라면 팥칼국수 콩국수라면 춘천막국수 등 이색 제품을 쏟아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외에 참참참계란탕면 쯔유우동 중화비빔면 등을 통해 경쟁에 가세했다.

익숙한 주력 상품의 다각화도 이뤄졌다. 농심은 올해 안성탕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해물 안성탕면’을 선보였다. 컵라면 전용이던 새우탕면과 튀김우동은 봉지면으로 패키지를 바꿔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된 불닭볶음면을 수십 가지 제품으로 ‘가지치기’하고 있다. 치즈불닭볶음면 짜장불닭볶음면 불닭까르보나라 쫄볶이불닭볶음면 스리라차불닭볶음면 등이다.

HMR과 경쟁…‘식사 대용식’으로 진화

HMR 시장이 성장하면서 라면업계는 ‘국민간식’이 아니라 건강한 한 끼의 ‘대체식’으로 마케팅 방향을 틀었다. 간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식사를 즐기는 ‘패스트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오뚜기는 지난해와 올해 콩국수라면 팥칼국수 쇠고기미역국라면 등을 내놨다. 기존 라면 제품군에서 볼 수 없던 제품이면서 영양과 건강을 생각한 ‘식사대용식’의 개념을 적용했다. 농심은 튀기지 않은 ‘비유탕면’을 대거 출시했다. 건면 새우탕, 스파게티 제품은 모두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려 건조한 면을 사용했다. 삼양식품은 참참참계란탕면과 파스타테이블 투움바파스타 등을 내놨다.

후발주자인 풀무원은 ‘생면식감’으로 비유탕면 시장을 키우고 있다. 튀기지 않은 면으로 돈코츠라멘 꽃게탕면 육칼(육개장칼국수) 등을 만들어 5년 전 100억원이었던 매출을 지난해 7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