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촉발시킨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30일 법원행정처를 압수수색했다. 법원행정처 압수수색은 지난 6일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인사 보복 조치와 관련해 법관 2명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날 서울 서초동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매년 1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라는 문건을 만들어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인 판사에 인사 불이익을 줬음을 최근 수사에서 밝혀냈다.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은 지난해부터 불거졌지만 법원 내 세 차례 자체 진상조사에서도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 내부망에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에 관한 글을 올린 송모 판사,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글을 올린 박모 판사, 세월호 관련 글을 올린 문모 판사 등이 관련 피해를 입었다. 인사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거나 지방으로 발령나는 등의 ‘보복 조치’를 당한 것이다. 검찰은 2014~2017년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확보했지만 그 이전 문건과 전·현직 판사 50여 명의 인사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 법원행정처에 임의제출을 요구해도 계속 거절당한 것도 이번 압수수색의 배경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거래 의혹도 인사보복 의혹이 먼저 터지면서 촉발됐다”며 “손쉽게 밝힐 수 있었던 내용이 그동안 일찍 드러나지 않았던 배경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0~2013년 ‘판사 블랙리스트’까지 폭넓게 수사하면서 법원행정처가 의혹을 알고도 고의로 은폐한 것은 아닌지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고윤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