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취미인 '자전거 라이딩'도 300km씩…직원들 '울며 겨자먹기'로 동참
회사측 "벤처기업 정신 강조하는 차원의 훈련"
경기도 김포시 한 중견기업 대표가 직원들에게 과도한 체력훈련을 시키거나 자신의 취미를 강요하는 등 '갑질'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유산균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쎌바이오텍 직원 등에 따르면 쎌바이오텍 정모 대표는 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12월 2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연다.

문제는 이 워크숍이 직원들에게 '벤처(venture) 정신'과 '헝그리(hungry) 정신'을 배양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미션을 사실상 강요하고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워크숍은 직원 5∼6명이 조를 이뤄 30㎞에 육박하는 구간을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직원들은 해당 구간에서 지정된 명소 10여곳을 들러 '인증사진'을 촬영해 보고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10시간을 걸어도 미션을 수행하기 어려울 때도 적지 않다.

또 워크숍 기간 매일 정해진 시간 내에 숙소에 도착해야 한다.

지각하면 10분 당 정해진 벌점이 부여된다.

숙소 도착 순서에 따라 숙소 크기와 저녁 식사 음식도 달라진다.

1등 조에게는 23평 숙소와 한우를 주는 반면 꼴등 조에게는 17평 숙소와 라면을 주는 식이다.

최종 점수는 워크숍 참여 직원들과 동행한 '평가팀'이 산출한다.

1등 조에게는 해외여행권이, 꼴등 조에게는 설날 등 명절 당직이 부여된다.

워크숍 등수에 따라 상벌이 극명하게 갈리는 탓에 직원들은 '죽기 살기로' 워크숍에 목을 맨다.

몸이 아프거나 개인적인 일로 빠진다고 했다가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이 기업은 일반 직원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워크숍을 1년에 1∼2차례, 영업부서 직원들에게는 매달 1차례씩 참여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A씨는 "워크숍은 방송프로그램 '1박 2일'과 '만원의 행복'의 포맷을 섞은 내용으로 구성됐다"며 "회사는 워크숍 참여 직원들에게 1명당 10만원씩 주고 잔액을 많이 남길수록 추가 점수를 준다.

이런 탓에 직원들은 노숙하거나 식사를 부실하게 하며 장거리 행군을 강행한다.

한 팀장은 무릎에 물이 찼는데도 워크숍에 참여해야 했다.

이는 직원들에 대한 갑질"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직원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 대표는 자신의 취미인 '자전거 라이딩'을 종종 강요하곤 한다.

직원들에 따르면 정 대표는 워크숍 꼴등 조 직원들이나 신입직원 등을 불시에 불러 자전거 라이딩을 한다.

정 대표는 '페달링(pedaling·자전거 페달을 밟는 일)'이 필요 없는 전기자전거를 타지만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페달링이 필요한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탄다.

한 번 라이딩할 때 주행거리는 300∼4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자전거 라이딩을 다녀 온 직원들은 일이 밀려 야근을 해야 한다.

직원 B씨는 "정 대표가 예고 없이 자전거 라이딩을 가자고 하는 탓에 직원들은 항상 자전거와 라이딩 복장을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까 봐 정 대표의 권유는 거절하기 어렵다"며 "라이딩을 마치면 밀린 일을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근한다"고 토로했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쎌바이오텍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성장한 기업이라서 직원들에게 벤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워크숍의 취지이기도 하다"며 "워크숍에 대한 느낌은 직원마다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찬성하는 직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라이딩에 대해서는 "정 대표가 직원들과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취미가 같은) 특정 직원들과 하는 것이지 불특정 직원들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편 쎌바이오텍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전문 기술을 개발해 유산균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주요 제품으로는 '듀오락'이 있으며 지난해에는 2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