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사업문제로 급전 필요" 문자
사투리 쓰며 통화…감쪽같이 속여
윤 前 시장, 4억5천만원 송금
지역 유력인사 4명에 사기 행각

윤 전 시장은 A씨 말에 속아 작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A씨의 딸 통장 등으로 돈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윤 전 시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검찰 관계자는 “윤 전 시장이 A씨와 직접 통화까지 했지만 A씨가 경상도 말씨를 쓰는 등 치밀함을 보여 권 여사로 믿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A씨가 다른 유력인사 B씨에게 같은 수법으로 접근했다가 B씨가 사기임을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A씨는 B씨에게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라고 속이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전남지방경찰청 조사 결과 A씨는 윤 전 시장 외에도 광주·전남 지역 유력인사 4명에게도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문자메시지와 휴대전화 연락을 받은 대다수 인사들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피해를 모면했다.
A씨는 한때 민주당 선거운동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판매 일을 하는 A씨는 사기 등 전과가 다수 있다. 경찰은 A씨의 범행 사실을 조사한 뒤 구속의견으로 지난 11일 검찰에 송치했다.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피해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총 1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7% 늘었다. 피해자 수도 2만1006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56.4% 증가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장 많이 쓴 수법은 서민을 상대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겠다”며 접근하는 ‘대출빙자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법으로 당한 피해금액이 전체의 70%로 가장 많았다. 검찰, 경찰, 금감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유형은 29%를 차지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