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더 높은 곳에서 시즌 마무리했으면"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은 올해 1월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등을 넘으며 4강 신화를 쓰더니 ASB클래식을 시작으로 BMW오픈까지 7개 대회 연속 8강에 진출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세계랭킹은 한 때 19위까지 오르며 이형택(42·은퇴)을 넘어 한국인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20일 서울 강남구 빌라드베일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현은 올 한해 성과를 점수로 매겨달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힘겹게 입을 떼며 “100점 만점에 70~8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곳에 갔지만 많은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만점을 줄 순 없을 것 같다”고 냉철하게 평가했다.
뛰었다 서는 것을 반복하는 정현의 발은 성한 곳이 없다. 호주오픈 4강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에 기권한 후 락커룸에서 찍힌 사진 속에서 정현의 발은 피부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한 전문의는 정현의 상처부위를 보며 ‘3도 화상’에 준하는 손상이라고 설명했다. 상처가 아물기 전에 다음 대회를 준비했고 결국 시즌 후반 탈이 났다. 고통의 크기를 묻는 질문에 정현은 “아파서 침대에서 내려오다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웃으며 넘겼다.
그는 “현재 발 상태는 잘 치료를 받아 회복 중이다”라며 “어렸을때부터 물집이 많이 생겼지만 그 땐 지금처럼 많은 경기를 소화한 적이 없어 티가 나지 않았다. 상대 수준이 높아지다보니 발 부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정현은 한달이라는 짧은 전지훈련 기간 회복에 집중하고 몸에 맞는 테니스화도 찾아볼 예정이다. 또 기술적인 부분도 보완할 계획이다.
정현은 “코트를 떠나있는 동안 상실감보단 투어에서 뛰며 느꼈던 감정들이 그리웠다”며 “그래서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높은 곳에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