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이 반려동물 콘텐츠 [허그]를 선보입니다. '포옹하다' '안다'라는 영어단어 'Hug'에서 의미를 따와 '반려동물을 힘차게 끌어안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허그] 안의 [펫북] 코너로 반려동물 이야기와 동영상을, [펫人]에서 인터뷰 기사를 다룹니다. 펫비즈니스부터 펫헬스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단순히 안락사를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 보호소는 나쁜 곳이고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사설 보호소는 좋은 곳이라는 생각보다 구조된 동물들이 제대로 보호받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함께 유기동물 입양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야 합니다."

이환희(사진) 포인핸드 대표는 답답해 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유기동물 입양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버려진 동물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입양 문화의 활성화를 막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래서 그는 2013년 '포인핸드'를 만들었다. 현재 반려동물, 특히 반려견과 관련해서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 국내에선 입양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서다.

포인핸드는 유기동물 입양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플랫폼이다. 전국 보호소 유기동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사용자들이 자체적으로 등록한 입양 홍보 데이터를 이용해 위치기반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키우던 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편리하게 실종 전단을 만드는 기능도 있다. 입양한 동물에 대해서 입양후기를 작성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도 있는 커뮤니티 역할도 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연간 약 1만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새 가족을 만난다. 매월 1000마리가 넘는 셈이다. 포인핸드가 아니었다면 안락사 당할 운명이었거나 아니면 이른바 '뜬장'에서 여생을 보냈을 유기동물들에겐 희망과 같은 곳이다. 현재까지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수가 60만회에 달하며, 하루 접속자만 2만여명이 넘는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앱 중 접속자가 가장 많다.

이 대표는 수의대를 졸업하고 2013년 이 서비스를 만들었다. 원래 임상 수의사로서의 길을 걸어가던 그는 경기도 한 시군에서 공중방역수의사로 군대체복무를 하던 시절 유기동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입양을 연결해주는 앱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대학 다닐 때부터 코딩을 할 정도로 프로그래밍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앱 개발을 직접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사용자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1년 동안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니는 봉사자들을 직접 만나 서비스를 알렸다. 이런 노력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포인핸드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출시 후 3년 만에 회원 수가 10만명까지 늘어나자 이 대표는 이른바 '투 잡'을 접고 본격적으로 포인핸드 서비스 관리를 시작했다. 그리곤 유기동물 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형태로 발전시켜나갔다.

수의사라는 안정적인 길을 포기하고 오로지 국내 반려동물 입양문화 확산을 위해 발벗고 나선 이 대표의 마음을 움직인 게 무엇일까 궁금했다. 지난달 29일 그를 직접 찾아갔다.

▷수의사를 포기하고 사업가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사업가라기보단 수의사 생활을 하다가 유기동물에 대한 심각성을 느껴 입양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없을까를 고민한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다. 해마다 전국 보호소로 구조되는 동물의 수가 10만마리가 넘는다. 이중 입양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25%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안락사되거나 위생적이지 못한 시설에서 지내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일할 땐 매월 40~50마리를 치료할 수 있겠지만 포인핸드를 통해선 같은 기간 1000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에 새로운 삶을 안겨줄 수 있다.

▷보호소로 오는 동물은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 밖에 방법이 없는 건가.

유기동물이 구조되면 보호소에서 법적으로 공고를 해야한다. 이 기간이 10일인데, 이 열흘이 지나면 원래 주인으로부터 소유권이 박탈된다. 지자체 보호소의 운영방식은 직영과 위탁으로 나뉜다. 어느 쪽이든 한정된 예산과 제한된 공간에서 운영되는 문제로 평균 15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이런 보호소의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에 입양만이 안락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에 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직영 동물보호소(2016년 기준 35곳)는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지자체도 심각성을 안다. 문제는 예산이다. 아직 국내에선 개에 대한 인식이 '반려', '가족'과 함께 '풀어서 키우는 동물', '가축', '식용' 등이 공존한다. 군 단위 행정구역만 가보더라도 여전히 개의 복지를 위해 세금을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당장 사람한테 쓸 복지예산도 부족한 마당에 개한테 세금을 쓴다? 이같은 문화에선 지자체가 지역주민들한테 공감을 사기 어렵다. 쓰지 못하는 부지를 활용한다거나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동물보호소를 마련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만약 동물보호소를 짓겠다면 중앙정부가 현재 예산의 50%를 지원해준다.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자금이 필요할 것 같다. 돈은 어떻게 버나.

서버 비용이나 직원 월급 등이 필요하다. 첫해에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해서 정부지원을 받아 운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업들과 공동 캠페인을 진행할 때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운영 및 홍보 비용을 받기도 한다. 매년 민간 부문에서 유기동물과 관련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지출되는 돈이 적지 않다. 문제는 그 돈의 대부분이 일회성 후원으로 그친다는 것인데, 이런 자금들이 실질적인 유기동물 입양활성화를 위해 쓰인다면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

▷국내서 반려동물, 특히 반려견과 관련해선 독특한 문화가 입양문화 확산에 걸림돌이 된다는데. 그게 무엇인가?

일단 개 식용문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반려견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반면 누군가는 먹는 음식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국내 반려견 동물복지의 수준이 높아지기 힘든 가장 큰 이유다. 이런 독특한 상황은 법에서도 잘 드러난다. 축산법에서 개라는 동물은 가축으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 축산물위생법에선 관련 규정이 없다. 따라서 개 식용에 대한 문제는 완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져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밀집된 공간에서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는 농장들도 동물보호소법으로만 규제하기 어려우며 분뇨를 잘못된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다거나 시설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환경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현실이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그 어떤 행동이든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

포인핸드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유기동물 입양문화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작고 예쁜 개들의 입양 공고는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반면 흔히 얘기하는 '믹스견', '노령견'들은 조회수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입양 문의가 없는 동물'을 별도로 추천해주는 기능을 만들었다. 사진 한 장만 보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현재로선 입양 자체가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또 유기동물 입양이 행복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과정을 공유하는데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