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올해보다 대폭 늘어나 2년 만에 20조원대를 회복할 전망이다. 여야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인프라 투자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SOC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며 관련 예산 증액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야당도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해 적극 거들면서 국토교통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에서 SOC 예산이 전년보다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철도 관련 예산 급증

14일 국회 국토위에 따르면 내년 SOC 관련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14조7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 늘어난 17조1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8월 말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16.3% 늘어난 규모다. 작년 말 심의한 2018년 국토위 SOC 예산 규모는 정부안(14조7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 늘어난 바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현재 SOC 예산안 심의가 진행 중인 상임위에서도 전년보다 증액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내년 SOC 예산 규모가 정부가 당초 제출한 18조5000원보다 크게 늘어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에 SOC 예산 증액에 부정적이었던 정부 여당 내 기류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고려해 전향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토위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증액돼 넘어 온 예산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감액되겠지만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SOC 예산을 늘리자는 여야의 공감대가 있어 전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위의 증액 내용을 살펴보면 도로·철도 등 전통적인 인프라 사업 예산이 크게 늘었다. 경기 안성~구리를 잇는 고속도로 사업 추진을 위한 보상비 2000억원이 추가로 책정됐다. 철도 교량과 터널 보수를 위한 예산도 1000억원 늘었다. △경기 이천~오산 도로 공사를 위한 자금 1577억원 △동해역 KTX 연장에 따른 예산 110억원 △경기 파주~서울 삼성동 삼성역을 잇는 수도권광역철도(GTX) 예산 274억원 등이 국토위 논의 과정에서 늘어났다. 도서관 건설 등 ‘지역밀착형 생활 SOC’ 예산을 올해 5조8000억원에서 내년 8조7000억원으로 늘린 데 이어 전통 SOC 예산도 크게 늘어난 셈이다.

민주당 “SOC 투자, 일자리에 도움”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에는 전통적 SOC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며 예산을 전년보다 줄였다. 대신 복지·고용·교육 예산을 늘렸다. 과거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SOC 투자가 단기 일자리만 늘리고 경제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하(한국은행 2.8~2.9%)로 떨어질 전망인 데다 건설부문 고용도 크게 부진하면서 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건설투자 성장률은 2분기 -2.1%, 3분기 -6.4%로 크게 뒷걸음질쳤다. 3분기 내수부문에서 건설투자(-1.0%포인트)는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여기에 소득주도성장의 일환인 복지 지출 증대가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 지출 1조원당 성장률 증가 효과는 인프라 부문이 0.078%포인트로 공공행정(0.061%포인트)과 보건의료(0.034%포인트) 등보다 높다. 민주당 국토위 간사인 윤관석 의원은 “민간 연구에 따르면, SOC사업 예산 1조원당 1만 개에서 1만5000개의 일자리가 달려 있다”며 “재정 여력이 충분한 만큼 SOC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제4정책조정위원장인 이원욱 위원은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확대 정책을 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 원리”라며 “특히 SOC 투자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섭/배정철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