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증권회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12일 하루에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등 13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달 들어선 16개다. 이렇게 많은 증권사가 한 종목의 목표주가를 한꺼번에 올리는 일은 흔치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반도체 랠리가 뜨거웠을 때의 삼성전자 이후 처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을 반하게 한 엔씨소프트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까.
"실적보다 성장성"…엔씨소프트에 꽂힌 증권사들
리니지M 후속타 나올까

엔씨소프트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000원(1.59%) 오른 44만7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9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10.43% 하락하는 와중에도 15.48% 올랐다.

엔씨소프트의 주가 흐름을 이해하려면 먼저 간판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봐야 한다. 리니지M은 작년 6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1조원대 매출을 올리며 이 기간 국내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다. 리니지M 효과에 힘입어 이 회사의 전체 매출은 2016년 9836억원에서 2017년 1조7587억원으로 1.8배로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3288억원에서 5850억원으로 77.9% 증가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출시 이후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올 들어 엔씨소프트가 33만원대까지 떨어진 것은 모바일게임의 수명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끊임없이 새 게임이 출시되는 시장 특성상 모바일게임의 수명은 PC게임보다 짧다. 리니지M 역시 초반 흥행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9월 업데이트 후 다시 월매출이 연중 최고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되살아났다.

3분기 실적 확인 후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1390억원으로 작년보다 57.6% 줄었지만 리니지M 출시 초기였던 작년 3분기 신규 사용자가 대량 유입됐던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손정훈 KB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12% 높았다”며 “리니지M 매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는 55만원으로 종전보다 15% 올렸다.

쇼트커버링 기대도 커져

기존 게임의 실적이 탄탄하게 받쳐주는 상황에서 ‘제2의 리니지M’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리니지2M, 아이온2, 블레이드앤소울M, 블레이드앤소울2 등의 개발 상황을 공개했다. 이 게임들은 캐릭터, 스토리 등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8년 출시된 PC 온라인게임 ‘리니지’는 ‘린저씨(리니지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불리는 수십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리니지2M의 무난한 흥행을 기대하는 이유다. 아이온과 블레이드앤소울도 PC 온라인으로 흥행이 검증된 게임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2M을 필두로 다시 한번 실적 레벨업을 기대한다”며 엔씨소프트를 내년 게임업종 ‘톱픽(최선호주)’으로 꼽았다.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 기대도 나온다. 지난달 이후 엔씨소프트의 전체 매매에서 공매도가 차지한 비율은 17.7%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11번째로 높다. 하지만 예상보다 주가가 잘 버티고 실적 기대가 커지면서 공매도 주체들이 빨리 주식을 매입해 되갚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쇼트커버링 매수세가 계속 유입되면 주가가 단기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5.2배로 넷마블(25.0배), 미국 액티비전블리자드(25.1배), 일본 닌텐도(28.6배) 등 동종 업체들보다 낮다. 12일 종가 기준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9조8177억원으로, 넷마블(10조4439억원)과 게임 대장주 자리를 다투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