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QR코드 표준으로 인해 ‘한국형 QR코드’는 외국인이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들의 QR코드 기술과 호환되지 않아 ‘반쪽짜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은 사용할 수 없는 한국형 QR코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전자금융거래 때 QR코드 발급·이용·파기 전 과정에서 결제의 범용성·간편성·보안성을 갖추기 위해 표준 사항을 정했다. 위·변조 이용 방지를 위해 QR코드 내 자체 보안기능을 갖춰야 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 규격에 맞는 QR코드를 발급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와 가맹점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간편결제를 위한 QR결제 표준을 공표했다”며 “QR결제 표준은 제로페이뿐 아니라 전자금융거래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범용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표준에 따른 한국형 QR코드가 국내용이라고 지적한다. 한국형 QR코드는 유로페이,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의 글로벌 브랜드사들이 만들어 배포 중인 EMV QR과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 EMV는 유로페이, 비자카드, 마스터카드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한국인이 외국에선 사용할 수 없고,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도 QR코드를 통한 결제를 할 수 없는 셈이다.

외국인은 사용할 수 없는 한국형 QR코드
카드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을 잡으려면 가맹점에선 결국 정부 규격용 QR과 해외 브랜드사들이 제공하는 QR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가 결제 과정에서 개입하지 않는 은행계좌를 활용한 간편결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한 표준”이라며 “글로벌 QR코드 결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 알리페이도 자체 계좌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알리페이는 자체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며 “소비자 편의를 위해선 카드사, 간편결제업자, 글로벌 브랜드사 등이 참여하는 QR규격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에서 은행, 통신사, 글로벌 카드사 등과 함께 여러 QR코드 결제방식이 호환 가능하며 외국인도 사용할 수 있는 규격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형 QR코드는 일부 간편결제 사업자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한국형 QR코드가 업체들이 기존에 깔아둔 QR 인프라와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의 QR코드 기술은 ISO 규격이 아닌 중국 알리페이가 사용하는 기술 방식이다. 카카오페이는 중국과 인도 등 글로벌로 QR코드 결제를 확장하기 위해 이 같은 기술을 채택했다.

금융위는 이 규격이 보안에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QR코드는 위·변조 이용을 막기 위한 자체 보안장치와 해킹 보안대책 등이 미비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알리페이도 이 기술을 사용하는 데 보안상 문제가 없다”며 “정말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제재를 해야지,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